성격의 이론은 성격이 무엇이고 어떻게 발달하며, 왜 어떤 행동을 보이는지에 대해 기술적이고 설명적인 답을 제공해 주는 하나의 틀이다. 연구자마다 현재 어떤 성격이 형성된 원인이 무엇인지, 어떤 과정을 거쳐서 그러한 성격이 형성된 것인지 등에 대한 견해가 매우 다양하며, 그중 어떤 것이 맞다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 따라서 다음에서 각 이론의 특성을 살펴보기로 하겠다.
1) 특성이론
성격 이론은 크게 두 가지 종류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특성이론이고 다른 하나는 과정이론이다. 특성이론은 성격을 단면적인 상태로 이해하려는 연구로 성격을 몇 개의 범주로 분류하고 각 범주에 속한 사람들의 성격이 어떤지를 연구하는 데 관심이 있는 이론으로, 다시 유형론과 특질론으로 분류될 수 있다. 이에 비해 과정이론은 성격이 어떻게 형성되고 어떻게 발달하는지 또 그런 성격이 생활하는 데 어떤 기능을 하는지 알고 이해하는 데 초점을 둔 이론으로 정신분석이론, 행동주의이론, 인본주의이론 등이 대표적이다.
유형론
유형론(typology)은 성격 이론들 중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이론이라 할 수 있다. 사람들을 어떤 유형으로 나누고 각 유형의 성격이 어떻다고 설명하는 이론이라고 볼 수 있다. 다음에 제시된 체액론, 체격론, 체질론 등이 대표적인 유형론이라 할 수 있다.
첫째, 체액론은 유형론의 가장 오래된 이론은 히포크라테스(Hippocrates)의 이론으로 고대 그리스의 의사인 히포크라테스는 인간의 몸속에 있는 네 가지 체액 중 어떤 것이 우세한가에 따라 성격을 설명한 바 있다. 그에 따르면 인간의 몸속에는 혈액(blood), 흑담즙(black bile), 황담즙(yellow bile), 점액(phlegm)의 네 가지 체액이 있는데, 혈액이 우세하면 낙천적이며 다혈질이고, 흑담즙이 우세하면 우울하며, 황담즙이 많은 사람은 성마르고 화를 잘 내며, 점액질이 많은 사람은 침착하고 냉담한 성격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둘째, 체격론은 신체 유형에 따라 성격을 분류한 이론인데, 크래츠머(Kretschmer)는 체형에 따라 사람을 쇠약형(asthenic), 비만형(pyknic), 근육형(athletic), 이상신체형(dysplastic)의 네 가지 범주로 나누고 각 체형에 따라 성 격이 결정된다고 보았다. 예들 들어, 쇠약형은 가냘프고 마른 사람으로 정신 분열증에 걸릴 성향이 많고, 비만형은 둥글고 땅딸한 사람으로 정서불안정 성격과 관련되고 조울증에 걸릴 성향이 높으며, 근육형은 강하고 근육이 발달된 사람으로 정신분열증 및 조울증을 나타내는 경향이 많다고 주장하였다. 이러한 세 가지 범주에 부합하지 않는 신체 유형을 이상 신체형이라고 하였다.
셋째, 체질론은 크래츠머의 신체 유형에 따른 성격 분류와 유사한 맥락에서 미국 심리학자인 셀돈(Sheldon)이 신체 유형에 따른 체질론을 제안한 것이다. [그림 1], 즉 사람들을 체질에 따라 내배엽형(endlomorphic type), 중배엽형(mesompirphic type), 외배엽형(etomorphic type)으로 나누고, 내배엽형은 사교적이고 온화하고 애정적이며 차분한 내장 긴장형으로 분류하였고, 중배엽형은 근육형으로 힘이 넘치고 경쟁적이고 공격적이며 대범한 기질인 신체 긴장형, 외배엽형은 쇠약한 체격으로 지적이며, 내향적이고 초조하고 자의식적 기질인 대외 긴장형으로 분류하였다.
[그림 1 - 외배엽형, 중배엽형, 내배엽형의 사람(체형)]
특질론
특질이란 한 사람을 다른 사람과 비교적 영속적으로 구분해주는 일관된 심리적 경향성을 말하는데, 이러한 특질에 따라 성격을 분류하는 이론의 대표적인 학자로는 올포트(Allport), 카텔(Cattell), 아이크(Eysenck) 등을 들 수 있다. 올포트는 특질을 다양한 종류의 자극에 같거나 유사한 방식으로 반응할 경향 또는 성향(predisposition)으로 정의하고, 한 사람의 성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이 보이는 행동의 규칙적인 성향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인간의 특질을 공통 특질(common traits)과 개별 특질(individual traits)로 구분하였는데, 공통 특질은 한 문화 안에 속한 대부분의 사람이 공통적으로 지니고 있는 특성으로 서로 비교할 수 있는 일반화된 성향을 지칭한다. 이에 비해 개별 특질은 개인의 독특한 적응행동을 방향 짓고 동기화시키는 순수하고 신경정신적인 단위를 말하는데, 개인에게 고유하기 때문에 타인과 비교할 수 없으며 개인 내에서 그 나름의 독특한 방식으로 작용하며, 개인의 성격 구조를 가장 정확하게 반영한다고 보았다. 이러한 개인적 성향을 다시 기본 성향(cardinal disposition), 중심 성향(central disposition), 이차적 성향
(secondary disposition)으로 나누어서 설명하였는데, 기본 성향은 개인의 생활 전반에 아주 광범위하게 퍼져 있어 거의 모든 행동에서 그 영향력이 발견되는 성향을 말한다. 권력 욕구나 인색함 등의 특질을 예로 들 수 있다. 이에 비해 중심 성향은 기본 성향보다는 더 제한된 범위의 상황에 영향을 미치지만 행동에 있어 폭넓은 일관성을 나타내는 성향을 말하는데, 정직함, 친절함, 개방성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차 성향은 중심 성향보다 덜 현저하고 덜 일반적이고 덜 일관된 성향을 가리키는 용어로 특정 대상에 대한 태도, 음식에 대한 기호, 특정 상황에서의 행동 경향성 등을 말한다.
카텔 (Cattell)은 특질을 개인 내에 실재하는 것으로 생각한 올포트와는 달리, 행동의 객관적 관찰에서 추론되는 가설적 또는 상상적 구성 개념으로 보았다. 또한 특질은 성격의 기본 요소며, 행동을 예언하는 데 매우 중요한 요인이라고 간주하였다. 카텔은 특질을 표면 특질(surface traits)과 원천 특질(source traits)로 구분하였는데, 표면 특질은 인간의 행동 중에서 겉으로 보기에 하나의 요인으로 묶을 수 있는 특성들을 말한다. 예를 들어, 타인을 비방하기, 욕하기, 불평불만, 타인에 대한 공격성 등은 공격적 특질이라는 것으로 묶을 수 있다. 이에 비해 원천 특질은 표면적인 행동의 결정 원인이 되는 기저변인을 가리킨다. 공격적인 특질을 나타내게 하는 기저의 원인을 말하는 것이다. 원천 특질은 훨씬 안정적이며 영속적인 단일 성격 요인이고, 하나의 원천 특질이 여러 표면 특질과 관련된다고 볼 수 있다. 카텔은 생애기록, 자기평정, 객
관적 검사 등에서 얻어진 자료를 요인분석하여 16개의 근원 특질을 추출하였고, 그 결과 최종 도출된 16가지 근원 특질을 성격 요인(personality factors)이라고 불렀는데, 이들을 측정하는 검사인 16PF(Sixteen Personality Factors)가 바로 그것이다.
아이크(Eysenck)도 카텔과 마찬가지로 요인분석을 사용하여 성격의 기본 차원을 발견하였는데, 그것은 외향성(extraversion: E), 신경증 성향(neuroticism: N), 정신병 성향(psychoticism: P)의 세 유형이다. 첫 번째 차원인 외향성 차원
은 사회성과 충동성에서의 차이와 관련되는데, 외향성은 사교적이고 충동적이며 친구가 많고 모험적인 반면, 내향성은 조용하고 내성적이고 말수가 적고 신중한 성격 특성을 보인다. 두 번째 차원인 신경증 성향은 정서적으로 불안정하고 변덕스러우며, 걱정, 불안, 우울, 낮은 자존감, 긴장, 수줍음 등의 특징을 보이며, 세 번째 차원인 정신병 성향은 공격적, 차가움, 자기중심적, 비정함, 비사회적, 비관습적인 것 등을 특징을 한다. 아이크는 왜 이러한 성격 차원들이 나타나는지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수행하였는데, 주로 성격 차원의 생물학적 기초를 밝히는 데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에서 다른 특질론자들과 구별된다.
특성이론의 공헌과 비평
특성이론은 공헌점과 비판점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데, 우선 공헌점을 보면, 첫째 사람의 성격을 묘사하고 분류하는 데 유용하다는 점이고, 둘째 사람들의 행동 및 사고 특징을 몇 개의 기본 특성의 양적 차이로 기술할 수 있다고 가정함으로써 성격검사의 발전에 공헌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이에 비해 제한점으로는, 첫째 성격이라는 것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유전과 환경의 상호작용에 의해 일생 동안 개인에게 독특한 방식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인데, 그렇듯 변화하는 대상을 측정해서 분류한다는 것은 정확한 성격의 표현이 될 수 없다는 점, 둘째 각 성격이 어떻게 형성되고 형성된 성격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대한 설명은 하지 못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2) 과정이론
정신분석이론
과정이론은 앞에서 제시한 유형론과 달리 성격이 어떻게 형성되고, 형성된 성격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에 관심을 두는 접근으로, 대표적인 이론으로는 정신분석이론, 행동주의이론, 인본주의이론 등이 있다. 다음에서 각 이론을 간략히 살펴보기로 하겠다.
정신분석이론에 근거하여 성격을 설명하는 이론가로는 프로이트, 아들러, 융, 호나이, 설리반, 머레이, 프롬, 에릭슨 등 다양하지만 여기에서는 정신분석이론의 가장 대표자인 프로이트의 이론을 중심으로 소개할 것이다. 프로이트는 오스트리아의 정신과 의사로 당시 신경증 환자, 특히 히스테리 환자들의 증상을 다루고 치료하면서 축적한 분석 자료를 기초로 정신분석이론을 발전시켰다. 히스테리란 심리적 갈등이 마비나 통증과 같은 신체적 증상으로 전환되어 나타내는 신경증으로 주로 여자들에게 많이 나타났다. 프로이트는 이에 대해 성적 욕구와 충동의 억압이 그 원인이며, 그 억압의 기원이
어릴 때의 욕망과 좌절 및 갈등에서 나온다고 주장함으로써 당시 세계에 큰 충격을 주었다. 그 이유는, 첫째 보수적인 빅토리아 시대에 인간이 성욕에 의해 움직이는 존재이며 어린아이도 성욕이 있다는 주장은 매우 받아들이기 힘든 면이 있었고, 둘째 인간의 행동이 자신이 의식하지도 못하는 무의식에 의해 지배된다는 주장은 자신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다고 믿었던 당시 사람들에게 혼란을 가져왔기 때문이었다.
① 정신분석이론의 기본 가정 및 주요 개념
정신분석에서는 기본적으로 인간의 정신세계가 의식(consciousness), 전의식(preconsciousness), 무의식(unconsciousness)의 세 가지로 구성되어 있다고 본다. 프로이트는 이런 자각의 수준을 빙산에 비유하여 [그림 2]와 같이 거대한 빙산의 일각만이 나와 있듯이 우리의 정신세계도 전체를 10이라고 보았을 때 9/10는 무의식에 해당되고, 의식할 수 있는 부분은 1/10에 해당하는 극히 일부분이라고 보았다. 각각의 특성에 대해 간략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의식(consciousness)은 개인이 현재 자각하고 있는 생각을 말하는 것으로 평소에 사람들이 알거나 느낄 수 있는 모든 경험과 감각이 포함되며, 사고, 지각, 느낌, 기억 등이 의식에 속하고 생활의 극히 일부분만이 포함된다.
둘째, 전의식(Preconsciousness)은 의식과 무의식을 연결해 주는 다리 역할을 하는 것으로 평스에 의식되지 않지만 조금만 노력하면 곧 의식할 수 있는 정신세계를 말한다. 즉, 원래는 무의식의 부분이지만 의식과 비교적 가까이
있어서 그곳에 저장된 기억, 지각, 생각이 의식으로 변화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볼 수 있다.
셋째, 무의식(unconsciousness)은 인간 정신의 가장 깊고 중요한 부분이고 자신에 대한 인식이 없는 상태로, 정신세계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사람들의 행동을 지배하고 행동의 방향을 결정한다. 정신분석의 초점이 되는 정신세계가 바로 무의식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무의식에 대해 스스로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무의식에 어떤 내용이 있는지 알기 위해서는 꿈이나 말실수, 실언, 신경증 등을 분석함으로써 그 내용을 파악할 수 있다.
[그림 2 - 프로이트의 빙산]
② 본능이론
프로이트는 인간의 본능을 크게 두 가지로 보았다. 하나는 삶의 본능이고 다른 하나는 죽음의 본능이다. 삶의 본능은 인간의 생존과 관련된 것으로 식욕, 성욕 등과 같은 생물학적 욕구가 이에 해당된다. 프로이트는 삶의 본능에 의해 나타난 정신 에너지를 리비도(libido)라고 하였다. 삶의 본능은 단순히 성욕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인간에게 쾌락을 주는 모든 행동이나 생각을 포함한다.
프로이트는 삶의 본능과 상반된 개념으로 죽음의 본능을 가정하였다. 그는 사람들이 죽는 것에 대한 무의식적인 소망을 가지고 있는데, 이러한 죽음의 본능의 주요한 구성 요소가 공격성이라고 보았다. 죽음의 본능이 타인에게 향했을 경우 타인을 죽이고자 하는 소망으로 나타나 파괴 및 공격의 행동을 하도록 하고 자신에게 향했을 경우는 자살의 형태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③ 성격의 구조
프로이트는 성격이 세 가지 구조적 구성 요소인 원초아(id), 자아(ego), 초자아(superego)에 의해 작동한다고 보았다. 각 요소는 각각의 특성을 가지고 있고 하나가 강해지면 하나가 약해지고 그 역할이 서로 바뀌는 등 서로 역동적으로 움직인다고 보았다. 각 특성을 자세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원초아(Id)는 인간의 정신 에너지 저장소로 성격의 가장 원시적인 부분이며 출생 때 원초아를 가지고 태어나고, 성장하면서 점점 자아와 초자아가 분화된다. 원초아는 인간 성격의 생물학적 토대에 기초하는 것들로, 식욕, 배설욕, 성욕 등 신체적 욕구를 충족시키고자 하는 동기와 관련된다. 이때 작동하는 주요 원리는 쾌락원리 (pleasure principle)다. 즉, 고통은 피하고 쾌락을 얻고자 하는 욕구다.
둘째, 자아(Ego)는 인간 성격의 합리적 측면으로 원초아의 욕구를 현실 상황에 맞게 충족시킬 수 있도록 작동하는 성격의 집행자다. 즉, 원초아는 신체적 욕구로 인해 유발되는 긴장을 해소하기 위해 작용하려고 하는데, 이때 자아가 원초아를 일시적으로 억압해서 행동을 통제하고 반응 시간을 선택하며 어떤 본능을 어떤 방법으로 만족시킬 것인지 결정한다. 따라서 자아가 따르는 작동 원리는 현실에 적합한지를 판단하는 현실원리(reality principle)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유의할 점은 자아가 원초아의 욕구를 좌절시키는 것처럼 생각될 수 있으나 오히려 반대로 원초아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려고 하는데, 사회적으로 용납될 수 있는 방식으로 집행한다는 사실이다.
셋째, 초자아(superego)는 인간 성격의 사회적 구성 요소로 개인의 내적 도덕성인 양심과 개인이 추구하고자 하는 자아 이상(ego-ideal)에 의해 작동된다. 주 목적은 도덕적 완성을 추구하는 것으로 원초아가 쾌락을 추구하는 것을 억제시키면서 사회적 요구에 부합하는 측면에서 만족을 추구하는 것이다. 따라서 초자아의 작동 원리는 도덕원리(morality principle)다.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세 체계는 각기 다른 원리를 따른다. 보통의 상태에서는 자아의 지도 아래 하나의 협동체로 작용하며 역동적으로 움직인다. 그러나 각 체계가 고정된 것이 아니라 때에 따라 어느 것이 강해지면 다른 것
이 약해지고 또 반대로 되기도 한다. 이때 원초아와 초자아가 갈등을 일으킬수 있는데, 이때 자아는 불안 반응을 일으킨다.
성격 이론(2)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