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성격검사의 발달
심리학 분야에서 성격만큼 그 개념과 이론이 다양하고 논의가 많은 것도 드물 것이다. '도대체 성격이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많은 학자가 그 해답을 찾으려고 노력하였지만 그 누구도 “성격이란 바로 이것이다.” 라고 정의 내리지 못하는 실정이다. 하지만 대개 성격에 대한 정의를 내릴 때 독특성과 안정성을 전제로 한다. 즉, 성격은 한 개인을 타인과 구별 짓게 하는 독특성이 있으며, 이런 독특성이 순간적이거나 불규칙하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매우 안정되고 일관되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성격 연구의 대가인 올포드(Allport)는, 성격이란 한 개인의 특징적 행동과 사고를 결정하는 개인 내부의 정신신체적 체제의 역동적 조직체라고 하였으며, 길포드는 한 개인의 독특한 특성이라고 정의하였다. 행동주의 입장에서 성격을 연구한 미셸(Mischel, 1979)은 성격을 개인이 생활장면에 적응하도록 하는 사고와 정서를 포함한 고유한 행동 유형이라고 정의하였다. 이처럼 성격에 대한 정의는 연구자들의 이론적 관점에 따라 각기 다르기 때문에 성격을 측정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작업이고, 더군다나 한 개인이나 집단의 성격 특성을 몇 마디 말로 요약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이것이 바로 심리검사, 특히 성격검사를 제작하고 실시하고 해석하는 사람들의 어려움이다.
원래 객관적 성격검사는 검사자가 피검자를 직접 평가하는 방식이었으나, 오늘날에는 피검자 자신이 문화적 관습에 따라 결정된 문항에 직접 응답하는 자기보고식 질문지가 널리 사용되고 있다. 최초의 객관적 성격검사인 우드워스의 성격검사(Personality Personal Data Sheet, 1920)는 제1차 세계대전 당시 군 징집자들에 대한 진단평가를 위해 처음으로 사용되었는데, 주로 신경증적 증상에 대한 문항으로 구성된 검사였다. 하지만 이와 같은 검사들이 경험적인 증거가 없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이를 극복하기 위해 경험적 방식에 근거한 검사들이 제작되었다. 그 대표적인 검사가 하서웨이와 맥킨리(Hathaway & Mckinley)가 제작한 다면적 인성검사(Minnesota Multiphasic Personality Inventory: MMPI, 1994)다. 이 검사는 문항 선택이 경험적 근거에 따라 이루어 졌으며, 현재도 정신장애 진단용 검사로 널리 이용되고 있다.
이와는 달리 통계적인 방법, 즉 요인분석에 의해 성격검사를 제작하는 방식이 있는데, 이는 성격검사 문항에 대한 요인분석을 실시하여 동질적인 검사척도를 구성하는 것이다. 이는 성격 연구자들이 성격의 기본 차원을 발견 하고자 사용했던 방식으로서, 가장 대표적인 검사가 카텔의 16 성격요인검사(16PF)다.
최근에는 앞서 제시한 여러 성격검사 제작 방식을 결합시킨 검사가 발표되었는데, 잭슨의 성격검사(Jackson's Differential Personality Inventory, 1972; Personality Research Form, 1984), 그리고 밀런의 다축임상검사(Millon's Clinical Multiaxial Inventory: MCMI, 1982) 등이 대표적인 검사들이다. 이들은 이론에 근거하여 먼저 문항을 수집한 다음 내적 일치도 검증과 요인분석을 통해 척도를 구성한 후, 마지막으로 외적 준거에 대한 경험적인 타당성을 입증하는 단계를 거쳐 제작되었다.
이와 같이 성격검사를 제작 방식에 따라 구분하는 방법 이외에 이론적 배경에 따라 구별할 수 있는데, 그중 하나가 유형론과 특성론적 입장에 따른 구분이다. 유형론적 입장에서는 성격을 불연속적 범주들의 집합이라고 간주하여 한 개인이 어떤 유형에 속하는지를 기술하는 반면에, 특성론적 입장은 성격을 연속적 차원으로 기술하여 한 개인에게 어떤 성격 특성이 얼마나 많은지를 기술하는 것이 차이점이다. 대표적인 성격 차원 검사로는 아이크 성격검사(Eysenck Personality Scale), 캘리포니아 성격검사(California Personality Inventory: CPI) 등이 있다. 이들은 주로 정신병리적 측면에서 성격장애를 진단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 아니라, 정상적인 성격 구성 개념을 밝히거나 성격 특성을 성격 이론적 입장에서 규명하고자 제작된 것이다. 반면 정신병리적 측면에서 성격 유형을 진단하고자 제작된 검사로는 MCMI, 성격장애 검사 (Personality Disorder Examination) 등이 있다.
이 절에서는 가장 널리 사용되는 검사 위주로 몇 가지 성격 검사를 제시하고자 하는데, 특히 임상장면에서 진단용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는 MMPI의 각 하위척도에 대해서 간략히 설명하고자 한다.
2) 성격요인검사
카텔 등(Cattell et al., 1970)이 제작한 16PF는 경험적 연구와 요인분석, 문항 수정 연구를 통해 1970년대부터 성격평가 도구로써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다. 이 검사는 1990년 염태호와 김정규에 의해 한국어로 표준화되어 '다요인 인성검사'로 보급되었는데, 타당도 척도인 무작위 반응척도, 14개의 성격척도, 그리고 5개의 이차요인척도(외향성, 불안, 강정성, 자립성, 자아 강도)로 구성되어 있으며, 척도 점수의 상호 조합에 의해 성격 프로파일의 역동적 해석도 가능하다. 16PF 검사는 여러 성격 특성을 측정할 수 있고 진단에 유용하다는 장점이 있으나, 피검자가 자신의 반응을 고의로 조작할 수 있고 사회적 바람직성이 검사 반응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단점도 있다.
3) 성격차원검사
아이크와 아이크(Eysenck & Eysenck, 1975)는 신경증적 경향성 차원(N), 외-내향성 차원(E), 허위성 차원(L), 그리고 강인성 혹은 정신병적 경향성 차원(P)을 측정할 수 있는 아이크 성격검사(Eysenck Personality Questionnaire: EPO)를 개발하였다. 이후 1985년 아이크 등은 요인분석을 통해 P척도를 새롭게 보완하고 고섭과 아이크(Gossop & Eysenck, 1980)가 개발한 중독성 척도와 범죄성 척도를 첨가하여 총 106문항으로 구성된 EPQ-R을 제작하였으며, 이와 함께 세 가지 하위척도(충동성, 모험성, 감정이입)로 구성된 충동성 질문지(Impulsiveness Questionnaire)를 새롭게 제작하였다. 이와 같은 연구의 결정판으로 Eysenck(1991)는 EPQ-R과 단축형, 그리고 충동성 질문지를 하나로 묶어 총 3부로 구성된 아이크 성격척도검사(Eysenck Personality Scale-Adult: EPS)를 발표하였다.
4) 다면적 인성검사
MMPI(Minnesota Multiphasic Personality Inventory)는 1940년 정신의학 분야와 일반 의료 분야에서 환자들의 임상진단의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하서웨이와 맥킨리가 제작하였다. 이 검사는 이론적 배경에 근거하여 문항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기존 문항 중에서 내용과 주제를 고려하여 추출한 후, 정신장애군과 정상인군을 변별해 주는 문항을 최종적으로 선택하였다. 이런 집단 간 비교를 통해 여덟 개의 임상 척도(건강염려증, 우울증, 히스테리, 반사회성, 편집증, 강박증, 정신분열증, 경조증)가 구성되었다. 이후 1946년에 두 개의 임상 척도(남성성-여성성, 내향성)가 추가되어 총 566문항의 4개의 타당도 척도와 10개의 임상 척도로 제작되었다.
비록 MMPI가 임상진단용으로 제작되었으나, 단일 임상 척도의 높은 점수가 특정 정신장애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없다. 즉, MMPI의 각 척도들은 정신병리를 진단해 주는 측정 도구로 간주되어서는 안 된다. 또한 대개 임상 척도가 단독으로 상승하기보다는 몇 개의 척도들이 동시에 상승하는 경향이 많은데, 동시에 상승하는 프로파일에 대한 형태 분석이나 내용 분석이 유용하고 가치 있는 정보를 제공해 준다.
다음과 같이 4개의 타당도 척도와 10개의 임상 척도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제시하였는데, 동시에 상승하는 프로파일에 대한 분석과 해석은 전문 서적을 참고하기 바란다.
타당도 척도
• 무응답 척도: 무응답 문항이나 이중으로 응답한 문항의 개수가 30개가 넘으면 다른 임상 척도의 점수를 왜곡시키기 때문에 검사의 신뢰도가 떨어진다.
• L척도: 이 척도는 다소 세련되지 못하고 미숙한 수준에서 자신을 보다 좋게 보이려는 정도를 측정하는 척도다. 이 점수의 상승은 지나치게 긍정적으로 보이려는 방어적 태도를 시사한다.
• F척도: 이 척도는 비정상적인 경험, 생각 및 감정 등의 정도를 알아보는 척도로서 일반적으로 점수가 낮게 나타난다. 높은 점수는 자신을 지나치게 나쁘게 보이려는 경향이 있거나 정신병리 및 심리적 갈등의 정도가 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 K척도: 이 척도는 자신의 정신병리나 심리적인 상태를 드러내지 않고 방어하려는 경향이 어느 정도인지 말해 주는 척도로서, 높은 점수는 개인적 정보나 문제를 노출시키려 하지 않는 비협조적이며 저항적 태도를 시사한다.
임상 척도
• 척도 1(건강염려증): 건강염려증(Hs) 척도는 신체적 건강을 부정하고 다양한 신체적 증상에 집착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순수한 내과적 증상을 지닌 환자의 점수가 높은 점수를 나타내지만 정신장애자 집단보다는 낮다. 높은 점수의 피검자는 여러 가지 모호한 만성적인 신체증상을 보이며, 불행감을 느끼고 애처롭게 호소하며 타인의 관심을 원한다.
• 척도 2(우울증): 우울증(D) 척도는 비관 및 슬픔의 정도를 나타내는 척도로서, 우울증의 여러 증상인 행복감이나 개인 존중감의 부족, 정신성 운동의 지연과 위축, 외부에 대한 관심 저하 그리고 근심과 걱정 같은 내용의 문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 척도 3(히스테리): 히스테리(Hy) 척도는 히스테리 증상을 평가하기 위한 척도로서, 신체 건강의 부인과 여러 신체 증상의 호소 및 심리적 문제의 전반적인 무관심과 같은 내용의 문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높은 점수의 피검자는 스트레스를 처리하는 데 부정과 억압 같은 신경증적 방어기제를 사용하며, 스트레스가 높을 때 신체적 증상을 드러낸다.
• 척도 4(반사회성): 반사회성(PD) 척도는 만족의 결여, 가족문제, 이탈 행동, 성문제, 권위자와의 어려움 등의 문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높은 점수의 피검자는 사회의 가치관과 기준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반사회적 행동을하며, 충동적이고 계획성이 없고 적대적이며 냉소적이다.
• 척도 5(남성성 - 여성성): 남성성- 여성성(Mf) 척도는 직업에 대한 관심, 취미, 여가 활동, 걱정, 두려움, 과민성, 사회적 활동, 종교, 가족관계, 성적인 내용의 문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척도에서는 남자들이 여성 특성을, 여자들이 남성 특성을 보일 때 높은 점수를 얻는다. 남자의 경우 이 척도가 매우 높으면 동성애적 경향이나 성 정체감 및 남성적 역할에 대한 불안정감, 명백한 여성적 행동을 보인다. 이에 비해 여자의 경우는 전통적인 여성적 역할에 대한 거부, 높은 남성적 취향, 그리고 남성적 직업과 전문직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 척도 6(편집증): 편집증(Pa) 척도는 명백한 정신증적 행동, 즉 의심, 관계망상, 피해망상, 과대망상 외에도 과민성, 냉소적 태도, 비사교적 행동, 과도한 도덕주의, 타인에 대한 불만과 같은 문항들로 구성되어 있다. 높은 점수의 피검자는 남을 비난하거나 원망하며, 적대적이거나 따지기를 좋아하며, 경계심이 많고 지나치게 민감하고 논쟁을 좋아하며, 남탓하기를 잘하는 사남들이다.
• 척도 7(강박증): 강박증(Pt) 척도는 강박적인 행동 외에도 비정상적인 공포, 자기 비판, 자신감의 저하, 주의 집중 곤란, 과도한 예민성, 우유부단 및 죄책감과 같은 문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척도는 심리적 고통이나 불안을 나타내는 좋은 지표로서, 높은 점수의 피검자는 매우 사소한 일에도 걱정이 많고 겁이 많으며, 불안, 긴장, 공포심 등을 갖는다. 비록 청결하고 조직적이며 세밀하지만 창의성, 독창성, 융통성이 없으며 의사결정에 있어 우유부단하다.
• 척도 8(정신분열증): 정신분열증(Sc) 척도는 명백한 정신분열증 증상과 여러 행동 특질로 구성되어 있다. 문항은 지각의 혼란, 사고장애 등의 증상 외에 사회적 고립, 가족관계의 문제, 성적 관심, 충동 통제나 집중의 실패 등 다양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높은 점수의 피검자는 소외되고 위축되며 타인과의 관계나 새로운 상황의 접근을 피한다. 자신의 정서를
잘 표현하지 못하고 현실과 분리되고 공상 속에 갇히는 경향이 있으며, 자아 불신감, 열등감에 사로잡혀 있고 성적 집착과 성적 역할의 혼돈이 흔히 나타난다.
• 척도 9(경조증): 경조증(Ma) 척도는 고양된 정서, 활발한 행동, 사고의 비약으로 나타나는 조증 상태를 진단하기 위한 문항과 가족관계, 도덕적 가치나 태도, 신체적 관심에 대한 문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척도가 높은 피검자는 정력적이고 그 정력으로 무엇인가를 하지 않고는 못 견디는 사람이다. 인지 영역에서는 사고의 다양성, 비약 및 과장성을 보이며, 행동 영역에서는 과잉 활동적이고 안절부절못하고, 그리고 정서 영역에서는 불안정성, 흥분성, 민감성 및 기분의 고양을 보인다.
• 척도 0(내향성): 내향성(Si) 척도는 사회적 접촉과 책임으로부터의 회피 경향을 평가하기 위해, 사회적 장면에서의 불편감, 고립, 일반적 부적응 및 자기 비하의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높은 점수의 피검자는 다른 사람들로부터 회피하는 경향이 있고, 불안정감, 자신감 결여, 지나친 억제, 냉담, 사회적 내향성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