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경험하는 가장 기본적인 느낌에는 갈증과 배고픔뿐만 아니라 즐거움이나 분노와 같은 정서(Emotion)도 있다. 또한 이러한 정서는 동기와 매우 밀접한 관계성을 가지고 있다. 정서는 동기와 같이 행동을 활성화하거나 그 행동의 방향을 결정할 수 있다. 또한 정서는 동기화된 행동을 수반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성(sex)은 하나의 강력한 동기일 뿐만 아니라 즐거움의 원천이 될 수도 있다.
이러한 유사점에도 불구하고, 동기와 정서는 구별할 필요가 있다. 동기와 정서를 구별해 주는 차이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동기가 주로 내부 요인에 의해 유발되는 반면, 정서는 주로 외부 요인에 의해 유발된다. 둘째, 동기가 주로 특정 욕구에 의해 유발되는 반면, 정서는 광범위한 종류의 자극에 의해 유발된다.
그러나 이러한 차이점이 동기와 정서를 절대적으로 구분해 준다고 볼 수는 없다. 예를 들어, 맛있는 음식을 보거나 냄새를 맡는 것과 같은 외부 요인에 의해서도 배고픔이라는 동기화 상태가 생길 수 있으며, 반대로 심하게 배고픈 상태는 짜증과 같은 정서를 유발할 수도 있다.
1) 정서적 각성의 생리적 기초
공포나 분노와 같은 강한 정서를 느낄 때, 우리 몸에서는 수많은 변화가 일어난다. 예를 들어, 심장 박동이나 호흡이 가빠지기나 목과 입이 마르는 것, 땀을 흘리거나 근육이 뻣뻣해지는 것과 같은 변화가 일어난다. 정서적 각성 때문에 생기는 생리적 변화는 우리 몸으로 하여금 위급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자율신경계의 교감신경의 작용에 의한 것으로, 교감신경은 주로 우리가 각 상태에서 느낄 수 있는 여러 가지 생리적 현상을 일으킨다. 한마디로 유기제의 에니지 산출을 조정해 준다고 할 수 있다. 교감신경계가 일으키는 생리적 변화를 정리하면 [표 2]와 같다.
이와 달리 정서적 각성 상태가 가라앉을 때는 부교감신경계가 작용한다. 이 신경계는 신체의 에너지를 보존하는 역할을 하는데, 앞서 언급한 생리적 변화와 반대되는 현상을 촉진함으로써 신체를 정상 상태로 되돌아가게 해 준다. 정서가 자율신경계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은 엑스(Ax, 1953)의 연구 결과에 잘 나타나 있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서로 상이한 정서를 유발하는 자극에 대해 사람들이 보이는 생리적 반응에는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공포를 유발하는 자극과 분노를 유발하는 자극에 대한 사람들의 생리적 반응에는 차이가 있는데, 분노보다는 공포를 경험할 때 맥박 수와 혈압에서 더 큰 상승이 있었다.
또한 특정한 정서를 유발하는 자극에 대한 생리적 반응은 사람에 따라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긴장을 유발하는 자극을 접했을 때, 사람에 따라 심장 박동 수의 변화나 혈압의 변화로 자극에 반응할 수도 있고, 위장운동의 변화로 자극에 반응할 수도 있다. 그리고 이러한 반응 패턴은 아동기에서 성인기까지 일관성이 있다. 결론적으로 인간이 가진 기본 정서의 생리적 기초는 자율신경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표 2 - 교감신경계가 일으키는 생리적 변화]
2) 정서의 기능
정서는 사람이나 동물에게 어떤 기능을 하는가? 어떤 면에서 이로운가? 이와 같은 물음에 대해 많은 학자가 정서가 인간 생활에서 중요한 역할과 다양한 기능을 수행한다고 주장한다. 그중 롤스(Rolls, 1990)는 정서적 행동과 표현에는 [표 3]에 제시한 일곱 가지 기능이 있다고 보았다. 정서의 이러한 특성은 유기체로 하여금 복잡하게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표 3 - 정서적 행동과 표현의 기능]
3) 정서의 표현
정서적 표현은 생득적일 수도 있고 학습된 것일 수도 있다. 지구상의 거의 모든 사람은 슬플 때 울고 기쁠 때 웃는다. 이는 슬픔이나 기쁨의 정서적 표현이 학습된 것이 아닌 생득적이라는 사실을 말해 준다. 또한 태어날 때부터 앞을 보지 못하는 어린이의 경우, 여러 종류의 정서와 관련된 표현이 성숙함에 따라 자연스럽게 나타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볼 때, 정서 표현의 많은 부분이 생득적이며 성숙에 따라 발달한다고 볼 수 있다. 즉, 타인이 어떠한 표현을 하는지 볼 수 없는 시각장애아동도 타인과 유사한 형태의 정서적 표현을 할 수 있다.
이와 유사하게 에크만과 프리센(Ekman & Friesen, 1975)에 의하면, 어떤 얼굴 표정은 문화와 관계없이 보편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문화적 배경이 서로 다른 다섯 사람에게 인간의 기본적인 정서인 행복, 분노, 슬픔, 혐오, 공포, 그리고 놀라움에 대한 얼굴 표정 사진을 보여 주고, 각 표정과 관련된 정서를 구별하도록 요구했을 때, 그들은 이러한 과제를 거의 어려움 없이 수행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생득적 정서 표현이 학습이나 문화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다윈(Darwin)은 정서적 표현이 생득적이기는 하지만, 그중 어떤 것은 언어처럼 학습된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이를테면, 솔직한 감정 표현을 하는 것이 어떤 문화권에서는 바람직한 것으로 받아들이기도 하지만, 또 어떤 문화권에서는 감정을 억제하는 것이 더 바람직한 것으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특히, 정서적 표현 중에서 의사소통 수단으로 사용되는 것의 대다수가 학습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결국 정서의 표현에는 생득적인 표현과 문화적으로 학습된 표현이 함께 있다고 할 수 있다.
다윈은 이러한 정서의 표현이 진화론적으로 의미가 있다고 보았다. 예를들어, 급박한 위기 상황 혹은 좋은 상황에 처하였을 때, 그 상황을 같은 종(種, species)의 다른 개체에게 알리는 것은 그 종이 살아남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다윈은 이러한 설명에 대한 근거로서 다음 몇 가지를 지적하였다. 첫째, 하등동물과 인간의 정서 표현에 유사점이 많다. 둘째, 인간에 있어 성인과 유아의 정서 표현도 비슷하다. 셋째, 선천적인 시각장애아동도 정상인과 유사한 정서적 표현을 하며, 서로 다른 문화 간에도 정서 표현에는 많은 공통점이 있다.
4) 정서 이론
제임스 - 랑게이론
우리는 대부분 특정한 정서를 느끼면 그 정서 때문에 신체적 변화가 온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슬픔을 느끼기 때문에 눈물이 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19세기 말경 미국의 심리학자 제임스(James)는 정서 때문에 신체적 변화가 오는 것이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 신체적 변화가 먼저 오고 그 변화를 지각하게 될 때 특정한 정서를 느끼게 된다고 주장하였다. 즉, 슬프기 때문에 눈물을 흘리는 것이 아니라, 눈물을 흘리기 때문에 슬픔을 느낀다는 것이다. 덴마크의 생리학자 랑게(Lange)도 같은 시대에 이와 유사한 주장을 하였다. 따라서 이 이론을 제임스-랑게이론이라고 한다.
이 이론은 정서에 대한 우리의 상식과 정반내의 설명을 하고 있는데, 행동 주의적 관점과 유사점이 있다. 즉, 정서는 어떤 행동의 원인이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 일어난 신체 반응에 대한 지각이라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에 처하게 되면, 그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신체 내부에서 생리적 변화가 일어나고, 이러한 변화를 지각하게 될 때 우리는 특정한 정서를 느끼게 된다.
캐넌 바드이론
생리학자 캐넌(Cannon)은 제임스 랑게이론이 여러 가지 이유로 타당하지 않다고 반박하였다. 그중 중요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뇌와 신체기관을 연결하는 신경을 절단하고 나서도 정서를 느낄 수 있다.
둘째, 신체기관의 반응은 위협적인 상황이나 분노를 느끼게 하는 상황에서 경험하게 되는 정서를 설명하기에는 그 속도가 너무 느리다.
셋째, 정서의 종류는 다양하지만 자율신경계의 반응은 거의 동일하다.
제임스 랑게와 달리, 캐넌은 정서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뇌의 시상(thalamus)이라고 생각하였다. 즉, 환경에서 정시를 유발하는 자극이 시상에 전달되면, 시상은 다시 대뇌피질과 신체의 여러 부위에 정보를 보내 정서적 경험과 신체적 변화를 동시에 유발한다고 캐닌은 주장하였다. 캐넌의 이러한 이론은 바드(Hard)에 의해 확장되어 개년 마드이론이라고 부른다.
인지평가이론
정시를 경험할 때, 우리는 먼저 그 정시를 경험하는 상황을 평가하게 되는 대, 이러한 평가는 정시 경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샥터(Scrachter)는 일찍부터 경시의 인지의 상호작용 기설을 제안하였으며, 싱어(Singer) 역시 그의 유사한 입장을 취하였다. 정시에는 신세적 각성과 그 각성에 내한 인지적 해석이 모두 관여한다고 보기 때문에, 그들의 제안을 2 요인이 이라고도 부른다.
따라서 샥터-싱어의 이론에서는 신체적 생리 반응에 대한 인지적 해석을 중요시한다. 유사한 신제 반응도 상황에 따라 달리 해석함으로써, 똑같은 심장 박동이 분노로 혹은 기쁨으로 느끼질 수 있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인지평가이론에서는 정서 경험이 인지적 평가나 해석 후에 발생한다고 봄으로써, 인지를 정서의 필수 요소로 생각한다. 지금까지 살펴본 정서 이론을 정리하면 [그림 9]와 같다.
[그림 9 - 정서 이론]
5) 정서적 각성의 효과
정서적 각성에는 크게 두 가지 상반된 효과가 있다. 즉, 정서적 각성은 수행을 방해할 수도 있는 반면, 행동을 조직화하고 유출하는 에너지를 공급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적절한 수준의 정서적 각성은 일상적으로 많은 일을 수행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러나 정서적으로 지나치게 높은 각성 수준은 그 반대의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화재가 난 건물 안에 갇힌 경우와 같이 극한적인 위기 상황에 처했을 때, 대부분의 사람은 그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효과적인 행동을 하기 어렵다. 일반적으로 중간 정도의 정서적 각성이 효율적인 행동을 할 수 있게 하는 최적의 상태라고 할 수 있다. [그림 10]에 이러한 정서적 각성의 수준과 행동의 효율성 간의 관계가 나타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일반적인 관계를 벗어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특정한 상황에 적절히 대처할 수 있도록 충분한 훈련을 쌓는다면, [그림 10]에서 볼 수 있는 관계성과 달리, 높은 정서적 각성 상태에서도 효율적인 행동을 보일 수 있게 된다. 그렇지만 충분히 훈련된 행동이라도 극단적으로 정시적 각성이 된 상태에서는 행동의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 또한 수행하는 행동의 종류에 따라서도 그 관계가 달라질 수 있다. 즉, 쉽거나 단순한 과제의 경우에는 약간 높은 각성 수준에서 최적의 행동 효율성을 보이는 반면, 어렵거나 복잡한 과제의 경우에는 약간 낮은 각성 수준에서 최적의 행동
효율성을 보인다.
[그림 10 - 정서적 각성의 수준과 행동의 효율성과의 관계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