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거
고전적 조건화에서는 무조건 자극과 조건 자극의 연합이 줄어듦에 따라 조건 반응의 소거가 이루어진다. 이에 비해 조작적 조건화에서는 강화에 의해 행동의 빈도가 증가한 경우, 강화인의 제공이 감소함에 따라 그 행동의 빈도도 감소하여 소거가 이루어진다. 즉, 조작적 조건화에서 소거란 강화인이 더 이상 나오지 않을 때 행동의 빈도가 감소하는 현상을 말한다. 스키너는 이 소거 현상을 우연히 발견하였다. 어느 날 실험실에서 쥐에게 지렛대를 누르는 행동을 학습시키는 도중 기계의 오작동으로 쥐가 지렛대를 눌러도 음식이 나오지 않게 되었다. 그러자 쥐는 지렛대 누르는 행동을 점차 보이지 않더니 결국에는 그 행동을 전혀 하지 않게 되었다. 이러한 소기 현상은 인간에게도 흔히 나타난다. 한 학생이 교실에서 선생님의 질문에 답하기 위해 손을 아무리 들어도 선생님이 그 기회를 주지 않으면, 어느 정도까지는 그 행동을 유지하지만 결국에는 더 이상 손을 들지 않게 된다. 이 역시 소거의 예라 고 할 수 있다.
특정 행동이 이전에 어떠한 강화 스케줄로 강화되었는지에 따라 그 행동의 소거 속도는 달라진다. 일반적으로 간헐적 강화는 계속적 강화보다 소거가 잘 되지 않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계속적 강화에서는 행동이 일어날 때마다 강화가 주어지기 때문에, 소거 과정에서 강화를 받지 못한 상황은 소거 이전 과 매우 큰 차이가 있게 된다. 반면에 간헐적 강화에서는 행동을 하더라도 강화를 받지 못한 경우가 있기 때문에, 소거 과정이 이전과 큰 차이가 없게 된다. 이와 관련된 예로 도박을 들 수 있다. 도박에 한번 빠진 사람은 쉽게 거기서 헤어 나올 수 없게 되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는데, 이는 도박 행동이 간헐적으로(변동비율 스케줄에 따라) 강화받기 때문이다.
고전적 조건화와 마찬가지로 조작적 조건화에서도 자발적 회복 현상을 볼 수 있다. 즉, 어떤 행동이 소거를 통하여 없어졌다가 일정 기간이 지나면 다시 발생하는 현상을 보인다.
처벌
처벌은 행동의 빈도를 감소시키는 또 하나의 방법이다. 처벌이란 특정 행동 뒤에 즉각적으로 따라오는 자극의 변화 때문에 이후의 행동 빈도가 감소하는 과정을 말한다. 여기서 행동의 빈도를 감소시키는 자극의 변화를 처벌인(punisher)이라고 한다. 행동의 빈도를 증가시켜야만 그것을 강화라고 말할 수 있듯이, 행동의 감소를 가져와야만 그것을 처벌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테면 행동이 일어난 후 어떤 사건이 뒤따라 오더라도 그 사건이 행동의 빈도를 감소시키지 못하면 처벌이라고 할 수 없다. 즉, 처벌이란 일반적으로 혐오 자극을 말하지만, 자극이 혐오적이라는 것만으로 처벌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문제 행동을 보이는 아동에게 부모나 선생이 처벌의 의도를 가지고 야단치는 경우, 이것이 어떤 아동에게는 처벌로 작용하여 문제 행동을 더 이상 하지않게 할 수 있지만, 어떤 경우에는 오히려 문제 행동을 더 부추길 수도 있다. 이런 경우에는 부모나 선생이 야단치는 것이 오히려 강화로 작용하엿다고 봐야한다. 왜냐하면 부모나 선생의 야단으로 인해 문제 행동의 빈도가 증가하였기 때문이다.
처벌은 그 효과가 매우 뛰어나기는 하지만 여러 가지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부작용으로 공격성을 들 수 있다. 인간과 동물 모두 처벌을 받게 되면 공격적 행동을 보이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처벌이 공격적 행동을 감소시키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하는 데서도 나타난다. 또 다른 부작용으로 부정적인 정서 반응과 회피 반응을 들 수 있다. 처벌을 적용할 때 수반되는 윤리적인 문제 역시 신중히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처벌의 또 다른 단점은 처벌이 부적절한 행동을 감소시킬 수는 있어도 바람직한 행동을 증가시킬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처벌은 가능하면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으며, 반드시 사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강화와 함께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강화인과 마찬가지로 처벌인 역시 무조건 처벌인(unconditioned punisher)과 조건화된 처벌인(conditioned punisher)으로 나눌 수 있다. 무조건 처벌인은 특정 경험이 없는 유기체에게도 처벌인으로서 효과를 지닌 것들을 말한다. 예를 들어, 고통스러운 자극을 가하는 것은 무조건 처벌인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원래는 처벌인으로서의 효과가 없는 특정 환경적 자극이 무조건 처벌인과 반복적으로 연합되면, 그 자극도 역시 처벌인으로서의 역할을 하게 되는데, 이것을 조건화된 처벌인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안 돼.' 라는 언어적 자극은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어린아이에게는 처벌인으로서의 효과를 가지지 못하지만, '안 돼' 라는 말과 여러 가지 혐오적인 자극들 (예, 체벌)이 연합된 경험을 한 아이들에게는 처벌인으로서의 효과를 가질 수 있다.
강화를 정적 강화와 부적 강화로 나눌 수 있듯이, 처벌 또한 정적 처벌과 부적 처벌로 구별할 있다. 정적 처벌이란 어떤 자극이 주어짐으로써 행동이 감소하게 되는 경우고, 부적 처벌은 어떤 자극이 없어짐으로써 행동이 감소하게 되는 것을 말한다. 아이가 나쁜 짓을 하였을 때 부모가 매를 때림으로써 나쁜 짓을 더 이상 하지 않게 된다면, 이것은 정적 처벌이라고 할 수 있다. 만약 어떤 사람이 제한 속도를 지키지 않고 과속을 하다가 벌금을 내고 난 뒤 다시는 과속을 하지 않게 된다면, 이것은 부적 처벌에 해당한다. 특히 후자의 경우를 반응 비용(response cost)이라고 한다.
또 다른 형태의 부적 처벌의 예로 타임아웃(time out)을 들 수 있다. 타임아웃이란 부적절한 행동을 했을 때, 그 사람을 강화인을 받을 수 있는 상황으로 부터 격리시키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면, 어떤 아이가 교실에서 다른 아이들 을 괴롭히고 산만한 행동을 할 때, 그 아이를 일시적으로 교실 밖으로 나가있게 함으로써 교실 내에서의 재미있는 활동에 참여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2) 조형
앞서 살펴본 강화의 원리는 특정 행동의 발생 빈도가 어느 정도 존재하는 상황에서 그 행동이 발생할 때 적용할 수 있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는 행동의 발생 빈도가 전혀 없기 때문에 강화를 적용시킬 수조차 없을 때도 있다. 즉, 유기체에게 전혀 새로운 행동을 학습시키려고 할 때는 그 행동이 전혀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강화를 적용할 기회가 없는 것이다. 이렇게 현재 유기체가 할 수 있는 행동이 아닌 새로운 행동을 형성시키려고 할 때는 조형(shaping)이라는 방법을 사용한다.
조형에서는 학습시키고자 하는 최종 목표 행동이 현재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처음에는 목표 행동과 다를지라도 이와 유사한 행동이 나올 때 강화를 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 유사 행동이 강화되어 그 빈도가 점차 늘어나면, 이 행동에 대한 강화를 중단하고(즉, 소거를 시작함) 목표 행동과 좀 더 유사한 행동이 나올 때만 강화를 준다. 최종 목표 행동이 나올 때까지 이와 같은 과정을 반복하는데, 이러한 절차를 조형이라고 한다.
사람들은 일생을 살면서 조형을 통하여 수많은 새로운 행동을 학습한다. 예를 들어, 어린아이가 말을 배울 때를 생각해 보자. 어린아이가 '엄마' 라는 단어를 배울 때, 처음에 부모는 아이가 '엄마' 라는 발음을 정확하게 하지 못하고 그와 유사한 '어, 어~' 와 같은 발음을 하더라도 안아 준다든지 웃어줌으로써 이에 대해 강화를 해 준다. 그러면 아이가 그러한 소리를 내는 빈도가 증가하게 되고, 좀 더 시간이 흐른 뒤에는 '엄마' 라는 단어와 보다 유사한 발음, 예를 들어 ‘엄'과 같은 발음을 하게 된다. 그러면 이때만 강화를 해주고 이전의 보다 서투른 발음에 대해서는 강화를 해 주지 않게 된다. 그리고 다시 '엄'과 같은 발음의 빈도가 좀 더 많아지면 이보다 좀 더 정확한 발음인 ‘엄므' 등과 같은 발음에 대해서만 강화를 하고 그렇지 않은 발음은 강화를 해 주지 않게 된다. 아이가 이렇게 계속적으로 차별 강화를 받다보면 결국에는 '엄마' 라는 발음을 완벽하게 할 수 있게 된다. 이 외에도 조형을 통하여 새로운 행동을 학습하는 경우는 수없이 많다. 운전도 일종의 조형 과정을 통해 학습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고, 야구, 테니스, 수영 등의 운동을 배우는 것에도 조형 과정이 포함된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