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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개론

심리학개론/조작적 조건화(3)

Inferno.1 2020. 12. 6. 22:46

3) 자극 통제

조작적 조건화에서 특정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주로 강화와 처벌 같은 그 행동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꼭 결과만이라고는 할 수 없으며, 행동이 발생하기 전에 존재하는 자극 상황 역시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실험용 쥐를 실험 상자에 넣어 두고 고정비율 1(FR 1) 스케줄로 지렛대를 누르는 행동을 학습시켜(즉, 쥐가 지렛대를 한 번 누를 때마다 한 번씩 먹이가 나오도록 실험 상황을 조작함) 그 행동의 빈도가 높아졌다고 가정해 보자. 이 상황에서 실험 상자 위에 빨간 전구와 파란 전구를 하나씩 설치한 후, 30초 동안은 빨간 불을 켜 두고 그다음 30초 동안은 파란 불을 켜 두는 과정을 되풀이한다. 그리고 빨간 불이 켜진 상태에서는 항상 FR 1 스케줄을 적용시키고, 파란 불이 켜진 상태에서는 지렛대를 누르더라도 음식이 나오지 않게 한다면 어떤 현상이 발생하겠는가? 아마 빨간 불이 켜진 상태에서는 지렛대를 누르게 될 테지만, 파란 불이 켜진 상태에서는 지렛대를 누르지 않게 될 것이다. 여기서 빨간 불과 파란 불의 존재 유무는 행동 이전에 존재하는 사전 자극(antecedent stimulus)으로 행동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와 같은 사전 자극은 보다 전문적인 용어로 변별 자극(discriminative stimulus) 이라고 한다. 변별 자극이 특정 행동을 유발시킬 수 있는 이유는 과거의 강화 역사에서 찾아볼 수 있다. 앞의 예에서 쥐가 지렛대를 누르는 행동이 빨간 불이 켜져 있을 때만 나타나는 이유는 빨간 불이 켜져 있을 때만 지렛대를 누르는 행동이 강화를 받아 왔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파란 불이 켜져 있을 때 지렛대를 누르는 행동이 나타나지 않는 이유는 파란 불이 켜져 있을 때는 그 행동이 강화를 받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행동이 나타나기 이전에 존재하는 사전 자극으로서 변별 자극이 행동을 통제하는 현상을 자극 통제(stimulus control)라고 한다.
자극 통제 현상은 실무율적인 현상(all-or-none)이 아니다. 자극 통제의 정도는 자극 통제 현상이 형성되는 과정에 포함된 본래의 변별 자극과 얼마나 유사한 자극이 제시되느냐에 달려 있다. 본래의 변별 자극과 동일한 자극이 아니더라도 자극 통제 현상은 일어날 수 있지만, 자극이 본래의 변별 자극과 유사할수록 자극 통제의 정도는 높아진다. 앞의 예처럼 빨간 불이 켜질 때마다 쥐의 지렛대 누르는 행동이 FR 1 스케줄에 의해 강화를 받는 실험을 가정해 보자. 실험을 반복하게 되면 빨간 불은 변별 자극으로서 효력을 가지게 될 것이다. 그런데 이를 검증하기 위해 빨간 불에서 파란 불에 이르는 다양한 색깔의 불을 켜 준다면 어떤 현상이 생기겠는가? 본래의 자극과 유사성이 클수록 자극 통제의 정도는 높아지며, 반대로 유사성이 낮을수록 자극 통제의 정도가 낮아짐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이 본래의 변별 자극과 완전히 동일하지는 않지만 유사한 자극이 행동을 통제하게 되는 현상을 자극 일반화(stimulus generalization)라고 한다.
자극의 일반화와 반대되는 개념이 변별화(discrimination)인데, 이는 차별적 강화(differential reinforcement)에 의해 형성된다. 차별적 강화란 반응이 어떤 특정한 자극이 존재하는 상태에서는 강화를 받고, 자극이 존재하지 않거나 혹은 다른 자극이 존재하고 있는 상태에서는 강화를 받지 않는 것(즉, 소거)을 말한다. 앞서 언급한 예에서, 빨간 불이 켜져 있을 때 훈련받은 쥐는 유사한 색깔의 불에도 반응을 보인다. 즉, 자극의 일반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그러나 오직 빨간 불이 켜져 있을 때만 반응이 강화를 받고, 이와 유사한 색깔의 불이 켜져 있을 때는 강화를 전혀 받지 못한다면, 쥐는 빨간 불이 켜져 있을 때만 반응을 하게 되고, 그 외의 자극에는 반응을 하지 않게 된다. 이것이 바로 변별화라고 할 수 있다. 자극 일반화의 예로는 어린아이가 남자들만 보면 '아빠' 라고 부르는 현상을 들 수 있고, 변별화의 예로는 아이들이 좀 더 자라면 다른 남자 성인과 아버지를 구별할 수 있게 되는 현상을 들 수 있다.

 


4) 규칙 통제 행동

지금까지 우리는 조작적 조건화의 원리에 따라 행동이 어떻게 형성, 유지, 혹은 소멸되는지를 살펴보았다. 이와 같이 강화나 처벌과 같은 행동의 결과에 직접적으로 노출됨으로써 통제되는 행동을 유관 형성 행동(contingency-shaped behavior)이라 부른다. 그러나 동물들의 행동과는 달리 인간의 행동은 행동의 결과에 의해 영향을 받을 뿐만 아니라 행동과 결과의 관계성에 대한 규칙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이렇게 규칙에 의해 형성되는 행동을 규칙 통제 행동(rule-governed behavior)이라고 한다(Skinner, 1969), 즉, 규칙 통제 행동이란 행동의 결과에 대한 직접적인 노출이라기보다는 행동과 결과간의 관계성을 설명해 주는 규칙에 의해 통제되는 행동이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떤 공장에 새로 입사한 근로자가 있다고 가정해 보자. 이 공장의 작업장에는 근로자들이 작업 중의 안전을 위해 필히 지켜야 할 여러 가지 사항이 있다. 물론 오랫동안 근무해 온 사람들은 안전을 위하여 어떤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할지 혹은 어떤 행동은 반드시 해야 하는지를 잘 알고 있으나, 새로 입사한 사람들은 그것을 잘 알지 못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새로 입사한 사람들의 행동이 직접적으로 강화나 처벌을 받아서 형성되어야 한다면, 아마 그들은 극히 위험한 상황에 부딪치거나 행동을 학습하기도 전에 사망하게 될지도 모른다. 예를 들면, 작업장 내로 연결되어 있는 고압 전선은 손으로 만지지 말아야 하는데, 그것을 처벌을 통해 배워야만 한다면 근로자들은 살아남을 수가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이와 유사한 상황에서 근로자들은 보통 어떤 규칙을 전해 받고, 그 규칙에 따라 행동하게 된다. 그래서 근로자들이 고압선에 가까이 가지 마시오.' 라는 규칙을 듣거나 읽으면 그 규칙에 따라 행동하게 된다. 이것이 규칙 통제 행동의 한 예다.
어떤 특정한 규칙을 따르느냐 따르지 않느냐는 규칙의 정확성이나 규칙을 전해 주는 사람과의 개인적인 과거 경험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즉, 우리는 어떤 규칙을 따르느냐 따르지 않느냐를 조작적 조건화를 통하여 학습하게 된다. 어머니가 아이에게 “난로를 만지지 마라. 만지면 손을 데.”라고 말했다고 하자. 아이가 어머니의 말을 듣지 않고 난로를 만져서 손을 데었다면, 난로를 만지면 손을 덴다는 어머니의 규칙과 실제로 만짐으로써 손을 덴 결과와의 일치성을 경험함으로써, 앞으로 어머니의 규칙을 따를 확률이 높아지게된다. 그러나 난로를 만졌음에도 불구하고 손을 데지 않았다면, 앞으로 어머니의 규칙을 따를 확률은 감소하게 된다.

규칙 통제 행동은 직접 경험하지 않고도 그 행동을 학습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모든 행동이 유관적으로만 형성된다면, 우리의 행동을 평생을 통해서도 다 배우지 못할 것이다. 다행히 다른 동물들과는 달리, 인간은 언어 능력을 바탕으로 직접적으로 경험하지 않고도 규칙을 통해 많은 행동을 배울 수 있다. 그러나 인간의 행동 모두를 규칙 통제 행동이라고 할 수는 없다. 거의 모든 인간 행동은 규칙 통제 행동과 유관 형성 행동의 혼합이라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규칙 통제 행동은 습득이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그런 행동은 완전하지 못하다는 단점이 있다. 즉, 단지 어떤 규칙을 따라하는 행동은 유관적으로 형성된 행동에 비해서 효율성이나 속도가 현저히 떨어진다. 예를 들면, 외국어를 배우는 것은 일종의 규칙 통제 행동이라고 볼 수 있는데, 영어를 배울 때의 불규칙 동사의 과거와 과거완료형을 배운다고 가정해 보자. 우리나라 사람이 영어 'go' 의 과거형을 쓰기 위해서는 교과서나 선생님이 가르쳐 주는 것을 그대로 따라 하는 수밖에 없다. 즉, 'go'의 과거형을 써야 할 상황에서 'go'의 과거형은 'goed' 가 아니라 went 라는 선생님이나 교과서로부터 배운 규칙을 그대로 따라 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규칙 통제 행동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의 문제점은 'went' 라는 낱말을 써야 할 상황에서 그 행동이 즉각적으로 혹은 효율적으로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외국인을 직접 만나서 대화를 해야 할 경우, 'went' 라는 말이 즉각적으로 어려움 없이 나올 때 효과적으로 대화를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머뭇거린 경험을 대부분 가지고 있다. 우리가 배운 영어는 일종의 규칙 통제 행동으로서, 일단은 먼저 규칙을 떠올린 다음 그 규칙을 따라 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걸리고 비효율적이다. 반면에 영어가 모국어인 나라에서 태어나 자란 사람들은 이러한 규칙을 배울 필요가 없다. 그들은 영어를 사용하는 사회에서 자라면서 'go'의 과거는 'goed'가 아니라 'went' 라는 것을 직접적으로 강화나 처벌을 받으면서 학습해 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타인과 대화를 할 때 규칙을 떠올릴 필요 없이 즉각적으로 그 상화에 적합한 말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요약하면, 인간의 행동은 규칙 통제 행동과 유관 형성 행동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특정 행동의 학습은 이 두 종류의 행동이 상호 보완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규칙 통제 행동은 학습 속도가 빨라 단시간 내에 다양한 행동을 학습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진 반면에, 비효율적이며 완전하지 못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반면에 유관 형성 행동은 일단 형성되고 나면 그 행동이 완전하며 효율적이지만, 학습에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인간 행동의 대부분은 앞의 두 가지 형태의 행동이 상호작용하여 형성된다고 볼 수 있다.

 

 

5) 조작적 조건화의 응용

지금까지 살펴본 조작적 조건화의 원리는 우리 실생활에서 매우 광범위하게 적용될 수 있다. 스키너는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여러 가지 사회문제는 조작적 조건화의 원리를 이용하여 상당 부분 해결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예를 들면, 자동차 사고에 따른 부상이나 사망은 심각한 사회문제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러한 문제는 안전벨트를 매는 행동을 조작적 조건화의 원리를 이용하여 증가시킴으로써 부분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로버츠와 패누릭(Roberts & Fanurik, 1986)은 승용차로 통학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안전벨트를 매는 행동에 대해 피자, 스티커, 그림책 등으로 강화를 준 결과, 안전벨트를 착용하는 비율이 평균적으로 7배 이상 증가하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보고했다.

이 외에도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많은 문제가 조작적 조건화의 원리를 통해 해결될 수 있다. 학교에서는 강화와 소거 등을 이용하여 학생들의 문제 행동을 감소시키고 학업 성취도를 향상시킬 수 있으며, 산업체에서는 보상을 이용하여 결근율 감소, 생산성 향상, 산업 안전사고 감소라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그뿐 아니라 환경보호를 위한 쓰레기 재활용 증가에도 효과적인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임상장면에서도 다양한 이상행동을 치료하는 데 효과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 특히, 정신병원에서 흔히 적용되는 토큰 이코노미(token economy)는 조작적 조건화를 이용한 대표적인 치료법이다. 이는 환자들이 사회적으로 적절한 행동을 할 때마다 토큰을 주어 이것을 나중에 음식, 담배, 혹은 환자들이 원하는 다른 물건과 교환할 수 있게 해 주는 치료 방법으로 매우 성공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