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 시스템은 다양한 시각 정보를 자동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디자인되어 있다. 예를 들어, 망막에 존재하는 신경절 세포(ganglion cell)는 망막의 여러 세포 사이의 체계적 연결에 의해 구성된 신경회로에서 처리된 정보를 수렴하는 역할을 한다. 각각의 신경절 세포는 시야의 특정 위치를 전담하여 처리하는데, 이러한 시야의 특정 분야에 대응되는 망막상의 위치를 그 세포의 수용장(receptive field)이라 명명한다. 신경절 세포의 수용장은 일반적으로 원형 구조를 가지며 수용장의 중심 부분과 주변 부분의 특성이 매우 다르다. 어떤 세포는 수용장 중앙에 빛 자극이 제시되면 활발하게 반응 하지만 빛 자극이 수용장의 주변부에 제시되면 오히려 반응성이 떨어지게 된다. 이러한 중심 흥분 - 주변 억제 수용장 구조는 신경절 세포로 하여금 망막상에 맺힌 이미지의 윤곽 정보를 자동적으로 추출하는 기능을 갖추게 해준다.
시각 시스템의 이와 같은 체계적인 신경해부학적 구조로 인해 시지각의 초기 처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특정 지각 현상(예, 윤곽 지각)은 어렵지 않게 설명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처럼 해부학적 구조로보터 쉽게 예견되는 지각 현상 외에도 우리의 시각은 수없이 변화하는 상황에서 일관된 시각감을 가지게 해주는 아주 놀라운 능력 또한 보유하고 있다. 예를 들어, 세상의 다양한 자극을 경험하는 과정에서, 우리의 눈은 대상이 되는 사물 또는 사건의 위치로 계속 이동하는 도약안구운동(saccade)을 하고 있다. 그 결과 망막상의 수용기로 유입되는 이미지는 약 0.2초 내외로 끊임없이 변화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시야에 존재하는 물체들에 대해 매우 일관된 시각감을 가진다. 이처럼 시각기관은 물리적 자극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는 그 자극에서 지각적 일관성(perceptual constancy)을 찾아내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1) 시각적 착시
이처럼 효율성과 융통성을 추구하는 시각 체계의 능력은 때로는 예상치 못한 착오를 일으키기도 한다. 이러한 착시 현상에 대해서는 다양한 설명이 존재하나, 일반적으로 시각 체계가 자극 자체의 물리적 속성뿐 아니라 그 자극과 인접한 주변 자극의 물리적 특성 또한 상대적으로 고려하고 있다는데에는 이견이 없다.
2) 깊이 지각
시각의 또 다른 놀라운 능력 중의 하나가 깊이 지각(depth perception)이다. 외부 세계의 물체로부터 반사되어 안구의 망막상에 맺히게 되는 물체의 이미지는 의심할 여지없이 2차원적 자극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시각 체계는 관찰자의 시야에 존재하는 사물들과 관찰자 자신과의 거리를 가늠하는 처리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원근감 지각 과정에서, 시각 체계는 망막상 의 2차원적 이미지에서 여러 가지 단서를 추출해 낸다. 이러한 단서들은 크게 양안(binocular)과 단안 깊이 단서 (monocular depth cue)로 나뉜다.
두 눈 사이의 거리로 인해 양쪽 눈으로 동일한 사물을 응시할 때, 망막에 맺히는 사물의 이미지가 좌우 눈에서 서로 미세한 차이가 있기 때문에 양안 깊이 단서가 나타난다. 이러한 차이점은 양안 부등(binocular disparity)이라 불리는데 시각 체계는 이러한 양안 부등의 차이를 계산하여 물체의 원근을 계산한다. 반면에 단안 깊이 단서는 한쪽 눈만으로도 물체의 원근을 파악하게 해주는 단서들을 일컫는다.
3) 시각 정보의 조직화와 게슈탈트 원리
시각의 기능적 측면은 착시 현상과 깊이 지각 현상뿐 아니라 시각 시스템이 시각 정보를 조직화하여 사물의 모양을 파악하는 과정을 관찰함으로써 이해할 수 있다. 사물의 모양을 파악하는 형태 지각(form perception)의 경우, 주요 연구 대상은 망막으로 유입된 2차원적 정보로부터 의미 있는 자극들의 군집을 형성하는 체계적 과정(grouping)이다. 시각 자극의 체계성을 파악하는 일관된 원리는 게슈탈트 형태주의 학파에 의해 크게 다섯 가지로 분류된다.
첫째, 근접성(proximity)의 원리로, 서로 가까이 있는 자극들은 하나의 군집을 이루는 경향이 있다. 둘째, 유사성(similarity)의 원리로, 서로 유사한 자극들 또한 군집을 이루는 경향이 있다. 셋째, 연속성(continuity)의 원리로, 서로 이어지는 직선 또는 곡선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하나의 개체로 지각된다. 넷째, 폐쇄성(closure)의 원리로, 닫힌 공간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하나의 개체로 지각될 가능성이 크다. 다섯째, 대칭성(symmetry)의 원리로, 서로 대칭인 개체들은 비대칭인 경우보다 군집화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