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_>

심리학개론

심리학개론/감각과 지각의 측정

Inferno.1 2020. 11. 27. 23:33

여러분은 백화점에서 산 멋진 옷이 집에 와서 다시 보니 갑자기 몇 년을 입은 색 바랜 옷처럼 느껴졌던 경험이 있는가? 분명히 옷의 색상 자체가 변화한 것은 아님에도 불구하고, 백화점의 조명등과 집 안의 실내등 아래 옷감의 색상은 매우 다르게 느껴질 수 있다. 이는 백화점의 조명등과 집안의 실내등이 발산하는 빛의 특성이 다르므로 옷감의 표면이 각기 다른 파장 (wavelength)의 빛을 반사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시각 기관은 이러한 미세한 차이를 감지할 만큼 매우 정교한 구조를 갖추고 있다.

외부 세계의 물리적 자극을 내면화하는 과정의 가장 초기 단계에는 외부에서 유입되는 자극의 물리적 특성을 신경전달 신호로 변환하는 감각수용기(sensory receptor)가 존재한다. 감각수용기는 외부 세계의 물리적 특성을 비교적 정교하게 신경신호로 전환하는 기능이 있으나, 모든 물리적 강도 수준을 그대로 신호화하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빛(light)에 해당하는 물리적 전자기파(electromagnetic wavelength) 대역은 감마광선으로부터 교류 전류까지, 약 10^-3 부터 10^15까지 매우 넓다. 그중에 인간이 지각할 수 있는 가시 범위는 약 100~700mm로 지극히 한정되어 있다. 마찬가지로 청각 신호의 경우도 가정 범위는 20~20,000Hz 정도에 한정되어 있다. 각 감각기관의 수용기는 이처럼 한정된 범위 내의 신호만을 인간이 처리 가능한 신경신호로 전환한다. 감각수용기를 통한 물리적 신호의 변환 과정은 매우 중요한 또 다른 특징을 가진다. 인간은 다양한 자극의 물리적 특성을 반드시 일대일로 지각하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수용기를 통해 한 순간에 입력된 빛이 다음 순간에 두배의 강도로 입력된다고 해서 두 배 강도의 밝기로 지각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는 외부 세계로부터 우리가 지각하는 다양한 자극의 강도는 반드시 외부 세계의 물리적 강도 그 자체일 필요는 없다는 점이다. 감각수용기를 통해 변환된 신경신호는 물리적 입력 신호의 단순 강도 자체보다는 다양한 자극 간의 상대적 크기와 같이 좀 더 효율적으로 정보를 표상(represent)하는 경우가 많다.
1900년대 초 학자들은 심리학의 과학성을 정립하기 위해 물리적 자극과 감각 간의 상호 관계를 제기적으로 조사하였다. 이러한 연구 분야는 신물리학(psychophysics)이라 불렸으며, 지각(perception)이 반드시 물리적 신호를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 아님을 증명하는 여러 사례를 제공하였다. 정신물리학자들은 지각된 자극의 강도는 실제 물리적 자극 강도와는 다르다는 사실을 거듭 증명하였는데, 예를 들어 기준 빛 자극의 강도보다 물리적으로 두 배 강한 다른 빛 자극은 실제 지각 과정에서는 반드시 두 배의 강도로 지각되지는 않는다.

 

1) 웨버의 법칙과 최소 식별 차이

정신물리학을 이해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원리 중의 하나가 웨버의 법칙(Weber's law)이다. 이 법칙에 따르면, 자극의 변화를 탐지하기 위한 자극 강도 변화의 최소 값은 그 자극의 원래 강도와 비례한다. 바꿔 말하면 무게가 100g인 추에 2g을 더했을 때 일반적으로 우리가 차이를 분명히 지각할 수 있다면, 200g인 추에는 2g을 더하기보다는 4g을 더해야 그 차이를 분명히 지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자극 강도의 탐지는 단순히 물리적 자극 간의 절대적 차이 값이 아닌 기준 자극의 변화량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각의 특수성을 증명하는 구체적인 예가 된다. 이러한 자극의 변화량을 최소 식별 차이(Just-Noticeable-Difference: JND)라고 부른다.

 

2) 감각역치와 신호탐지이론

인간의 감각수용기는 대부분의 경우 미세한 물리적 자극 강도에 민감하게 반응하나, 때로는 그 강도가 미미할 경우 탐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따라서 자극 강도의 변화에 따른 탐지 가능성(probability of detection)을 측정하 여 쌍방의 관계를 체계적으로 조사해 볼 수 있는데, 탐지를 의식적으로 보고 할 수 있는(예, 50% 이상 탐지) 물리적 자극의 강도를 그 자극의 감각역치(sensory threshold)라 부른다. 이러한 감각역치에는 측정의 대상인 개인들 마다 개인차(individual difference)가 있다 신호탐지이론(pignal Detection Theory: SIDT)은 자극에 대한 탐지 보고의 유무와 실제 자극의 존재 유무를 고려해 개인의 민감도(sensitivity)를 측정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신호탐지이론에서는 일반적으로 피험자가 보고한 자극 탐지의 유무만으로는 개인 피험자의 민감도를 측정할 방법이 없으므로, 피험자의 탐지 유무를 실제 자극의 존재 유무별로 측정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실제 자극이 존재했고 피험자도 그것을 탐지한 적중(hit), 자극이 존재했으나 피험자가 그것을 탐지 못한 탈락(miss), 실제 자극이 존재하지 않았으나 피험자가 존재했다고 착각한 오경보(false-alarm), 실제 자극이 존재하지 않았음을 정확히 보고한 정확한 부인(Corect-neiection)에 대한 정량화가 가능하게 된다. 이러한 네 가지 경우를 정확히 분류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예를 들어 한
피험자의 경우는 자극의 존재 유무를 보고하는 데 동기 부여가 잘 되지 않아서(예, 정답을 보고해도 큰 보상이 없음) 대략적으로 자극을 탐지한 느낌만 들어도 자극이 제시되었다고 보고하는 경향이 생긴다. 반대로 다른 피험자의 경우, 자극의 유무 보고가 매우 중요할 경우(예, 정답의 정확성에 따른 큰 보상) 자극을 분명히 탐지해야만 자극이 제시되었다고 보고할 것이다. 첫 번째 경우 오경보는 늘어나는 반면에 정확한 부인이 감소할 것이며, 두 번째 경우 정확한 부인은 늘어나는 반면에 오경보는 감소할 것이다. 이러한 차이점을 통해 첫 번째 피험자와 두 번째 피험자는 비록 자극의 탐지 유무를 보고하는데에 큰 차이는 있을 수 있으나, 근본적으로 물리적 자극을 탐지하는 감각적 민감도에서는 서로 동일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3) 점화 현상과 역하지각

그 강도가 역치 이하인 물리적 자극에 대한 지각은 어떨까? 이러한 역하지각(subliminal perception)에 대한 연구는 점화(priming) 효과에 대한 관찰을 통해 집중적으로 이루어졌다. 점화 효과는 의식적으로 그 존재를 보고하지 못하는 자극들이라도 일정 수준의 지각적 처리가 일어나는 현상이다. 예를 들어, 연필' 이라는 단어를 1/200초 정도 순간적으로 제시하면, 단어 자극이 남기는 잔상(aftereffect)을 효과적으로 제거할 경우 피험자는 무슨 단어를 보았는지 의식적으로 보고하지 못한다. 단어 '연필의 순간 노출 제시 직후 피험자에게 '쌀등과 같은 비단어 또는 '쓰기' 등과 같은 단어를 제시하고, 이전에 제시된 것이 단어인지 아닌지를 구별하도록 요구한다(어휘판단과제, Lexical Decision Task: LDT), 대개의 경우 피험자는 비록 '연필' 이라는 순간 제시 자극을 못 보았다고 보고했더라도, 뒤이어 의미적으로 관련이 있는 쓰기' 란 단어가 제시될 경우 어휘 판단에서의 반응 시간이 상대적으로 더 빠르다(Dixon, 1981). 이는 피험자가 '연필' 이란 단어를 지각하지 못했다고 보고했지만 실제로는 역치 이하 수준에서 어느 정도는 정보 처리가 이루어졌음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