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서 우리는 단일 뉴런 내와 두 뉴런 사이의 정보 전달에 관여하는 전기 생리학적, 신경화학적 기제에 대하여 배웠다. 이미 언급한 것과 같이, 우리의 신경계 내에는 굉장히 많은 수의 뉴런이 있다. 그런데 이 많은 뉴런이 일률적으로 동일한 기능을 수행하지는 않는다. 실제로, 말하기와 듣기 같은 서로 다른 행동의 양식은 뇌의 서로 다른 영역이 작동한 결과다. 여기에서는 특정 행동 양식에 해당하는 신경계의 주요 영역을 알아보고 이들의 기능을 개관한다.
1) 중추신경계
우리의 행동을 조절하는 중심에는 뇌와 척수, 즉 중추신경계(central nervous System: COS)가 있다. 특히, 행동 통제의 총사령탑은 뇌다. 뇌는 해부학적으로 크게 전뇌(forebrain), 중뇌(midbrain) 및 후뇌(hindbrain)로 나뉜다.
전뇌
전뇌를 하위 부위로 분류하면 종뇌(telencephalon)와 간뇌(diencephalon)로 나뉘는데, 먼저 종뇌에 해당하는 대뇌피질(cerebral cortex), 기저핵(basal ganglia)과 변연계(limbic system)의 해부학적 구성과 행동에서의 역할을 살펴본다.
① 종뇌
대뇌피질
나무의 껍질에 비견되는 대뇌피질은 두 대뇌반구의 표층 부위를 형성한다. 대뇌피질은 크게 전두엽(frontal lobe), 두정엽(parietal lobe), 측두엽(temporal lobe) 및 후두엽(occipital lobe)으로 구분된다.
전두엽은 크게 일차운동피질(primary motor cortex)과 전두연합피질(frontal association cortex)로 구성된다. 일차운동피질은 중심구(central sulcus)' '의 바로 앞부분에 위치하며 신체의 특정 부위에 대한 운동 명령을 직접적으로 수행하는 곳이다. 예를 들어, 손, 발 또는 입의 움직임은 일차운동피질 내에서 이들 각 신체 부위를 담당하는 하위 영역이 활성화되어야 가능해진다. 만약 어떤 사람이 손을 담당하는 일차운동피질의 하위 영역이 손상된다면, 다른 동작들은 정상적이겠지만 손은 잘 움직일 수 없게 될 것이다. 전두엽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나머지 영역이 전두연합피질인데, 이곳은 '사람을 사람으로 만드는 뇌 영역' 이다. 인간에게 고유한 행동 특성들, 즉 종합적인 사고, 판단, 추론, 인지적 해석 등의 고등정신 과정과 같은 기능은 물론, 상황에 부적절한 행동(예, 술에 취해 주정을 부리 는 일)을 억제하는 역할도 이곳과 밀접하게 관련되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이 부분은 일차운동피질이 앞으로 수행할 운동을 기획하는, 즉 운동 계획을 수립하는 역할도 담당한다. 예를 들어, 언어 생성의 중추로 잘 알려져 있는 브로카 영역(Broca's area)은 전두연합피질의 일부인데, 이 영역은 표현 대상의 언어를 어법에 맞고 의미가 있게 구성한 후에, 입과 혀의 움직임을 관장하는 일차운동 피질의 해당 하위 영역에 운동 명령을 내린다.
두정엽의 주요 부분은 일차체감각피질(primary somatosensory cortex)과 두정연합피질(somato-sensory association cortex)이다. 중심구의 바로 뒤쪽에 위치하는 일차체감각피질은 신체 부위에서 올라오는 촉각, 압각, 진동 감각, 은도 감각, 통각 등 체감각 정보를 받아들여 처리하는 영역이다. 이곳에서 이루어지는 체감각에 대한 정보 처리 양상도 일차운동피질의 경우와 같이 특정 신체 부위에 따라 세분화되어 있다. 이제 우리는 손으로부터 올라오는 정보와 얼굴로부터 올라오는 정보가 일차체감각피질 내의 서로 다른 하위 영역에서 처리되리라는 것을 쉽게 추측할 수 있을 것이다. 두정엽의 나머지 대부분을 차지하는 두정연합피질은 체감각적 또는 공간적 정보에 대한 지각 및 기억을 담당한다.
측두엽은 대략 외측열(lateral fissure) 아래 부분의 대뇌피질이다. 이곳의 상측두피질에는 일차 청각피질(primary auditory cortex)과 베르니케 영역 (Wernicke's area)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들은 주로 청각 정보를 처리하는 기능을 한다. 특히 베르니케 영역은 일차청각피질로부터 들어오는 구어 정보를 문법적·의미적으로 이해하는 역할을 한다. 다음에서 보다 자세히 설명하겠지만, 하측두피질은 후두엽의 일차시각피질(primary visual cortex)에서 처리한 기초적 차원의 시각 정보를 보다 정교하고 고차원적으로 분석 및 조합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또한 측두연합피질(temporal association cortex)은 주로 구어적 · 시각적 정보에 관한 지각은 물론 이에 관한 기억도 담당한다.
후두엽의 주요 역할과 관련하여, 눈의 망막(retina)에 맺히는 시각 상(visual image)은 전기적 신경신호로 바뀌어 시상(thalamus)의 일부인 외측슬상체(lateral geniculate nucleus: LGN)에서 시냅스를 형성한 후에, 다시 후두엽의 일차시각피질로 투사된다. 이곳에서 기초적 차원의 시각 정보가 분석되고, 보다 다양하고 정교한 시각 정보의 분석은 측두엽의 후반부에 해당하는 시각연합피질(visual association cortex)에서 이루어진다. 그리고 이차원, 삼차원적 물체 지각 등 고차적인 시지각에 필요한 정보의 조합은 하측두 끝에서 이루어진다 (Iwai & Mishkin, 1969; Tanaka, 1992), 부가적으로 시각연합피질은 시각정보에 대한 지각을 넘어서 이에 대한 기억도 담당한다.
대뇌반구의 전문화
우리의 뇌 전체는 두 개의 반구(hemisphere)로 구성되어 있고, 이들 반구는 뇌량(copus callosum)이라는 거대한 신경다발에 의해서 연결되어 있다. 이에 정상인의 경우 어느 한 반구에서 발생한 정보는 뇌량을 통해 서로 반대쪽의 반구에도 전달된다. 그 결과로 두 반구의 정보는 하나로 통합되어 인지된다. 예를 들어, 우반구(right hemisphere)에 모자 그림이라는 시각 정보가 들어온다면 우반구가 먼저 이 정보를 인식하게 될 것이고, 이어 좌반구(left hermisphere)도 이와 동일한 정보를 인식하게 될 것이다. 이 정보가 뇌량을 통해 우반구로부터 좌반구로 전달되기 때문이다. 만일 두 대뇌반구가 분리된 경우에도 두 반구에 각기 독립적으로 발생하는 정보가 여전히 이와 같이 통합적으로 인지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서 가자니가(Gazzaniga, 1967)의 '분할된 뇌 실험'을 보자.
이 실험을 통해 얻은 주요 발견은 양 대뇌반구가 신체의 좌우에 존재하는 폐, 신장 등의 신체기관처럼 양쪽이 모두 동일한 기능을 수행하기보다는 각 대뇌반구가 독립적으로 전문적인 기능을 수행한다는 점이다. 각 대뇌반구의 전문적 역할이를 대뇌 편측화(hemispheric lateralization)라고도 한다)에 대한 후속연구들은 두 대뇌반구 간의 이러한 기능적 차이를 지지해 준다. 일반적으로, 좌반구는 언어 정보 처리에 우세하고 우반구는 시간적·공간적·정서적 정보 처리에 우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는 언어를 사용하거나 이해할 때 어법에 맞고 의미가 통하는 단어, 구절 또는 문장을 사용하는데, 이것은 좌반구의 공헌과 관련된다 하겠다. 한편 우리는 흔히 음악적 리듬과 빠르기에 민감하고(시간적 정보 처리의 예), 사물의 기하학적 구성에 대한 이해도 빠르며(공간적 정보 처리의 예), 감성이 뛰어날 때도 있다(정서적 정보 처리의 예).
이들 모두는 우리의 우반구의 기능과 관련된다 하겠다.
특히 언어 정보 처리와 관련해서 대뇌 편측화를 다룬 최근의 연구 결과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좌반구는 언어 정보를 주로 문법 및 의미 중심으로 처리하지만 우반구는 언어의 의미 전달을 보다 뚜렷하게 하고 언어에 실린 정서, 생동감 등을 잘 반영해서 표현하게 해 준다. 바꿔 말하면, 언어에 운율, 억양, 뉘앙스, 감정 및 정서 등을 채워 넣는 일은 주로 우반구가 담당한다(김현택 외, 2003), 사실, 언어 정보 처리에서 우반구의 이러한 기능은 완전히 새로운 측면이 아니라, 이미 설명한 우반구의 보편적인 기능(즉, 시간적·공간적 및 정서적 정보 처리 기능)이 언어 정보 속에서도 동일하게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