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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개론

심리학개론/연구의 윤리

Inferno.1 2020. 11. 21. 21:27

1920년 왓슨(J. B. Watson)과 레이너(R, Rayner)는 11개월 된 아동인 앨버트(Albert)를 대상으로 고전적 조건 형성을 통해 공포증이 형성될 수 있음을 보여 주었다. 이들은 커다란 쇳소리(무조건 자극)와 하얀 쥐(조건 자극)를 짝지어 반복적으로 제시함으로써 앨버트에게 쥐 공포증을 형성시키는 데 성공하였다.
1963년 밀그램(S. Milgram)은 '처벌이 학습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다고 하고 실험에 참여할 사람들을 모집하였다. 참여자들을 두 명씩 한 조로 짝을 지은 후 한 명은 선생 역할을, 다른 한 명은 학생 역할을 맡도록 하였다. 이때 학생 역할을 맡은 사람은 실험 협조자였고, 피험자는 선생 역할을 맡도록 되어 있었다. 학생 역할 분담자에게는 암기해야 할 단어들을 주고, 선생 역할 분담자에게는 테스트할 문제들을 준 후, 선생들에게 학생들을 테스트하고 만약 틀릴 경우 처음에 15V의 약한 전기 충격을 가하고 틀릴 때마다 전압을 15V씩 올리도록 지시하였다. 학생은 계속 오답을 하도록 미리 계획되어 있었다. 선생은 연구자의 지시대로 전기쇼크의 강도를 높여 갔고, 학생은 120V에서부터 비명을 지르기 시작하였다. 물론 실제로 전기가 통하지는 않았다. 전기쇼크는 최대 450V까지 가할 수 있었는데, 놀랍게도 선생 역할을 맡은 피험자의 63%가 최대 강도인 450V까지 전기쇼크를 주었다. 이 실험의 진짜 목적은 사람들이 권위자의 지시에 어느 정도까지 복종하는가를 알아보기 위한 것이었다.
이 두 실험은 심리학 역사에 기록될 만한 중요한 실험들이다. 그러나 이 실험의 학문적 가치는 그렇다 하더라도 꼬마 앨버트의 고통은 어떻게 할 것인가? 또 복종 실험에 참여하여 가해자 역할을 한 피험자의 심리적 외상은 어떻게 보상할 것인가? 더구나 참여자에게 실험의 진짜 목적을 속인 것은 문제가 없는가? 이와 같이 심리학 연구에서는 다양한 윤리적 문제가 대두된다.
연구 윤리는 연구 수행 과정의 진실성과 연구 결과 출판의 진실성을 모두 포함하는 광범위한 개념이다. 여기에는 연구 주제 선정, 피험자 선정, 실험 수행, 자료 수집과 분석, 연구 결과 출판 등 연구의 모든 과정에서 지켜야 할 윤리적인 내용이 포함된다. 한국심리학회(Korean Psychological Association)에서는 2003년 8월, 미국 심리학회 윤리 규정과 독일 심리학회 및 심리사협회의 윤리 요강을 참고하여 심리학자 윤리 규정을 제정함으로써, 연구자로서 그리고 전문가로서 심리학자들이 준수해야 할 의무를 규정하였다. 한국 심리학회의 윤리 규정 서문은 다음과 같다.

 

[심리학자는 언제나 최대한의 윤리적 책임을 지는 행동을 하도록 노력할 의무가 있다. 심리학자는 전문적이고 과학적인 기초 위에서 활동함으로써 자신의 지식과 능력의 범위를 인식할 의무가 있으며, 또 이를 남용하거나 악용하게 하는 개인적 ·사회적·경제적·정치적 영향에서 벗어나도록 노력해야 할 의무가 있다.]

 

이와 같은 대원칙을 기초로 연구 수행 과정에서의 윤리와 연구 결과 출판에 대한 윤리를 알아보자.

 

 

 

연구 수행 과정에서의 윤리

 

① 연구 참여에 대한 동의
심리학자는 연구 참여자로부터 연구 참여에 대한 동의를 얻어야 한다. 동의를 얻을 때에는 참여 의사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정보(연구의 목적, 예상되는 기간 및 절차, 실험 처치 방법 등)에 대해서 사전에 설명해 주어야 한다. 특히 연구 참여자에게 해로운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는 연구에 대해서는 연구의 잠재적인 내용에 대한 정보를 받고 이해하였다는 참여 동의서 (informed consent)를 받는 것이 좋다. 또한 자료 수집을 위하여 연구 참여자의 음성이나 영상을 기록해야 할 경우에도 사전 또는 사후에 연구 참여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② 연구에서 속이기

연구에서의 속임수는 과학 윤리와 과학 발전이 충돌하는 접점이다. 상당히 비윤리적인 실험으로 비난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실험 결과는 인류의 복지 향상에 도움이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와 같이 심리학 연구에서는 피험자를 속여야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속임수 기법은 연구의 과학적 가치의 측면에서 정당하여야 하며, 다른 대안이 있을 수 없을 때에만 제한적으로 사용하여야 한다.
연구 목적상 불가피하게 속임수를 썼을 경우에는 이 사실을 가능한 빨리, 가급적이면 연구 참여가 끝났을 때, 아니면 늦어도 자료 수집이 완료되기 전에 연구 참여자에게 설명하여야 한다. 그럼으로써 참여자들이 원할 경우, 자신의 자료를 철회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한국 심리학회 윤리 규정, 2003)

 

③ 동물의 인도적인 보호와 사용

심리학 실험에서 동물의 사용은 동물 실험 이외의 대안이 없을 때에만 가능하다. 법률과 규정(우리나라에서 실험용 동물의 보호에 관한 법률은 농림수산식품부의 「동물보호법」에 제정되어 있다)에 따라서, 그리고 전문적 기준에 따라서 동물을 확보하고, 돌보고, 사용하며, 처리해야 한다. 실험 과정에서도 동물 피험자의 고통, 통증 및 상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한국심리학회 윤리 규정, 2003)

 

 

 

연구 결과 출판에서의 윤리

 

㉠ 자료의 조작 및 표절

연구 결과 출판 과정에서의 가장 심각한 부정은 날조(fabrication)와 위조(falsification), 그리고 표절(plagiarism)이다. 날조는 없는 자료나 결과를 거짓으로 만들어 내는 것을 말하고, 위조는 연구자가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 내기 위해 자료를 조작하는 것을 말한다. 이 중에서 연구자가 흔히 저지르는 부정이 표절이다. 표절은 인용과 명확히 구별하여야 한다. 인용은 타인의 아이디어나 저작물을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 이용하는 것을 말한다. 반면 표절은 타인의 아이디어나 저작물을 출처를 명시하지 않고 사용하거나 승인 없이 도용하는 행위를 말한다. 타인의 연구 결과를 합법적으로 인용하기 위해서는 원저자의 문장을 그대로 옮겨 쓸 때에는 따옴표를 붙이고, 표현을 바꾸어 기술할 때에는 문장의 끝부분에 그 출처를 자세히 밝혀야 한다.

자기 표절 또한 주의하여야 할 비윤리적 행위다. 자기 표절이란 자신의 이전 연구 결과를 다음 연구에서 합법적으로 인용하지 않고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비록 자신이 수행한 연구라 할지라도 그것을 다른 연구에 인용할 때에는 다른 사람의 연구 결과를 인용하는 것과 동일한 인용 규칙을 지켜야 한다.

 

㉡ 연구 자료의 중복 출판
연구자가 이미 출판된 자신의 연구 결과를 다른 매체에 다시 출판하는 것을 중복 출판(또는 이중 게재)이라고 한다. 연구자가 연구 결과를 학술지에 게재하면, 게재된 논문의 저작권은 학술지에 있게 된다. 따라서 논문을 중복 출판한다는 것은 이미 출판된 학술지의 저작권을 침해한다는 의미다. 중복 출판 행위는 또한 연구자의 연구 성과를 과대평가하게 하고, 자원의 낭비를 가져오며, 독자를 우롱한다는 측면에서 비윤리적인 것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