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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개론

심리학개론/생리적 동기

Inferno.1 2020. 12. 12. 22:28

1) 욕구

헐(Hull, 1943)의 추동이론(drive theory)에 따르면, [그림 1]에서 보듯이 생리적 박탈과 결핍(물, 음식, 수면 등의 부족)이 생물학적 욕구를 생성하는데, 그 욕구가 계속 충족되지 않으면 심리적 추동이 생긴다. 추동(推動)이라는 것은 생물학적 결핍에 기인하는 심리적 불편함, 즉 긴장감이나 불안감을 지칭하는 이론적 용어다. 이러한 추동 에너지는 유기체가 생리적 욕구를 해결하는 행동을 하도록 이끈다.

그러므로 욕구(need)란 유기체가 생명을 유지하고 성장하며, 안녕을 도모하는 데 필수불가결한 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간과하거나 욕구가 좌절되면 생물학적·심리적 안녕이 방해받게 된다. 동기화 상태는 이러한 방해를 받기 전에 유기체가 행동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림 1 - 추동감소이론]

 

동기화 상태

동기화 상태는 음식이나 물의 박탈 때문에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단순히 음식이나 물의 박탈에 의해서만 생기는 것은 아니다. 유기체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생리적 욕구(수면, 공기, 온도 등) 또한 동기화 상태를 유발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유기체는 여러 형태의 임의적인 행동을 할 수 있게 된다. [그림 2]는 동기화 상태가 유발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임의적인 행동을 보여 준다.
동기화 상태’라는 개념은 행동의 생리적인 원인을 이해하고자 하는 심리학자에게 매력적인 개념이다. 이것은 생물학적 체계와 동기화된 행동 간의 직접적인 연결고리를 만들어 주고, 동질정체와 부적 피드백이라는 두 가지 중요한 개념을 도출하는 기반이 된다.

[그림 2 - 욕구가 만들어낸 행동]

이 행동은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쥐가 보인 반응이다.

 

동질정체
유기체는 변화하는 내외 환경에 직면하여 안정적인 내적 상태를 유지하려는 신체적 경향성을 가지고 있다. 이를 위해 여러 가지 생리적 현상을 안정적으로 조절하는 데 필요한 기제를 가지고 있는데, 이러한 생리적 안정 상태의 유지 기제를 동질정체(homeostasis)라고 한다. 동질정체는 생리적 수단이나 행동적 수단으로 충족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우리 몸은 체온이 너무 높이 올라가면 땀을 흘림으로써 체온을 떨어뜨리고, 반대로 체온이 너무 낮으면 피부를 수축시킴으로써 더 이상 열기가 바깥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여, 체온을 가능한 한 일정한 범위 내에서 안정적으로 유지하려고 한다.
행동을 통해서도 이러한 체온 조절이 가능하다. 체온이 너무 높은 경우에는 나무 그늘 밑으로 들어감으로써 체온을 낮추고, 체온이 너무 낮은 경우에는 불을 피우거나 옷을 두툼하게 입음으로써 체온을 높인다. 체온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다른 형태의 생리적 상태 역시 이와 비슷한 조절 과정을 거친다. 갈증은 유기체로 하여금 물을 찾아 마시게 함으로써 몸이 필요로 하는 수분을 공급하도록 하고, 배고픔은 음식을 찾아 먹게 함으로써 몸이 필요로 하는 영양분을 공급하도록 한다. 즉, 유기체가 비교적 일정한 수준의 수분이나 영양분을 유지하는 것은 생리적 수단뿐만 아니라 행동적 수단을 통해서 이를 신체 내부에 공급하기 때문이다.

 

부적 피드백

동질정체의 생리적 정지 체계가 부적 피드백이다. 즉, 추동에 의해 활성화된 행동을 부적 피드백이 정지시킨다고 할 수 있다. 신체가 추동을 제지하지 못하면 불행한 결과가 올 수도 있다(예컨대, 죽을 때까지 먹는다). 부적 피드백으로 인해 사람은 배고프지 않을 때까지 먹고, 졸리지 않을때까지 잠을 자게 된다. 생리적 욕구가 필요 이상으로 채워지기 전에 우리 몸의 부적 피드백은 포만 상태라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부적 피드백(negative feedback)이란 투입(input)에 의한 산출(output)이 그 투입을 제어하는 시스템이라고 볼 수 있다. 자동 온도조절장치가 달린 냉방 장치가 그 좋은 예라 하겠다. 실내 온도가 올라가면(input) 냉방장치가 작동하여(output) 실내 온도를 내려가게 한다. 즉, 산출이 투입을 제어하는 것이다. 이러한 시스템이 바로 부적 피드백이다. 마찬가지로 자동 난방장치도 부적 피드백의 예다. 실내 온도가 너무 떨어지면(input) 난방장치가 작동하고 (output), 이 작동이 온도를 일정 수준 올라가게 한 후, 투입을 차단하게 된다. 유기체의 행동을 여기에 적용해 보면, 실내 온도가 너무 올라갈 때 유기체는 보다 시원한 장소로 옮기거나 수동으로 냉방장치를 작동할 수도 있다. 반대로, 실내 온도가 너무 떨어질 때는 옷을 더 입는다거나 불을 피울 수도 있다. 말하자면 우리 신체도 이러한 부적 피드백 과정을 거쳐 동질정체 상태를 유지한다.

 

 

2) 갈증

내부 조절 우리 몸은 약 2/3가 물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중 2% 이상 줄어들면 갈증을 느끼게 된다. 적절한 동질정체 수준 이하로 물이 부족하면, 생리적 욕구가 발생하여 갈증을 일으키고 필요한 만큼 물을 찾게 한다. 신체의 수분 중 2/3는 세포 안에 있고, 1/3은 세포 바깥에 있다. 세포 내 수분의 부족은 탈수가 원인으로, 이것이 갈증의 주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물을 마시면 해소된다. 세포 외 수분의 부족은 출혈이나 구토 등으로 인한 혈장 감소가 원인으로, 혈장 증가가 이루어지면 해소된다(Epstein, 1973).

우리 몸의 뇌와 간 역시 갈증의 해소에 관여한다. 뇌는 (시상하부를 통하여) 수분 부족에 따른 세포 내 수축을 감시한다. 수축이 발생하면, 뇌는 혈장으로 호르몬을 방출하여 몸 안의 수분의 양을 간이 소변을 농축하는 형태로 보존하도록 한다. 시상하부는 이와 같은 불수의적 작용뿐만 아니라, 갈증을 느껴주의를 집중하고 수분을 보충하도록 행동하는 의식적 심리 상태도 만든다. 또한 갈증에 대한 심리적 경험을 의식으로 전환하는 작용을 담당한다.

 

외부 영향

유기체의 수분 섭취는 동질정체 기제에 의존하는 측면과 함께 다음과 같은 외부 환경의 영향으로 이루어지는 측면이 있다. 첫째, 물을 쉽게 구할 수 있는가와 이에 대한 지각이 영향을 미친다. 물이 풍부한 곳에 사는 동물은 부족한 곳에 사는 동물에 비해 한 번에 마시는 양이 적다. 둘째, 유기체는 생리적 욕구와 상관없이 일정한 시간표에 따라 물을 마신다. 대부분의 포유류는 음식 섭취 전후에 물을 마신다(Toates, 1979), 셋째, 가장 영향력이 큰 요인으로 맛을 들 수 있다(Pfaffmann, 1982), 단맛은 큰 유인가를 가지며, 물에 섞여 제공되는 알코올과 카페인은 중독을 유발하기도 한다. 또한 사회·문화적 영향도 있는데, 대학생의 과도한 음주문화가 그 예다(Reeve, 2001).

 

 

 

3) 배고픔

내부 조절

배고픔은 단기적으로는 혈당량을 조절하여 해소하고, 장기적으로는 지방 에너지의 저장을 통하여 해소한다. 우선, 단기적 조절의 경우를 살펴보자. 우리 몸의 간은 혈액 속의 당분 부족을 파악하여 식욕을 자극하도록 뇌의 외측시상하부에 신호를 보낸다. 시상하부의 명령을 받아 음식을 섭취하면, 혈당 수준이 증가하고, 이를 간이 파악하여 다시 포만신호를 뇌의 복내측 시상하부에 보낸다([그림 3]), 이렇게 형성된 혈당은 세포 내의 당으로 전환되어야 에너지를 생산하는데, 바로 인슐린이 세포막의 투과성을 높여 혈액 내의 당이 세포 내로 이동 하도록 만든다(당뇨병 환자는 인슐린이 부족하여 이러한 작용을 하지 못하므로, 혈당량이 높은데도 항상 배가 고프다).
장기적 조절의 경우를 살펴보자. 지방은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에너지 생성원이다. 저장된 지방이 동질정체 이하로 부족하게 되면, 지방 조직은 혈장으로 호르몬을 방출하여 음식을 섭취하도록 만듦으로써 체중이 증가한다. 반면에 동질정체 이상으로 지방의 양이 증가하면, 지방 조직은 혈장으로 렙틴(leptin)이라는 호르몬을 방출하여 음식 섭취를 줄이도록 한다. 이렇게 하여 체중이 감소하게 된다. 이와 같은 조절에 의해 개인의 지방세포는 일정한 수준을 유지한다.

 

[그림 3 - 배고픔의 단기 조절]

 

맛에 이끌리는 섭취 행동

실험용 쥐에게 충분한 양의 물과 음식을 제공한 후, 다시 설탕물을 제공하면 쥐가 전체 혈액량의 2~3배를 마시는 현상을 보인다(Ernits & Corbit, 1973). 이 경우의 쥐는 생리적인 의미에서 배가 고프다든지 목이 마르기 때문에 설탕물을 마시는 것이 아니다. 충분한 물과 음식을 제공했기 때문에, 설탕물이 아닌 보통의 물을 제공했다면 쥐가 그러한 과다 섭취 행동을 보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또한 쥐는 설탕물을 먹기 위해 임의적으로 설정된 어떠한 형태의 행동도 훈련을 통하여 할 수 있게 되다. 이를테면, 설탕물을 얻기 위해 미로를 달린다거나 지렛대를 누르는 행동을 하도록 훈련받으면 그러한 행동도 할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을 통해 알 수 있는 사실은 모든 동기화 상태가 유기체의 내부 요인에 의해서만 유발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즉, 유기체의 신체 외부에 있는 요인 역시 동기화 상태를 유발할 수 있다. 특히, 과다한 섭취 행동을 유발하는 음식의 맛은 현대 사회에서 문제가 되는 비만 현상을 어느 정도 설명해준다. 여러 연구(Corbit & Stellar, 1964; Keesey, 1980) 결과에 의하면, 정상 체중을 유지하고 있는 쥐에게 특별한 맛을 가진 음식을 제공하면, 그 쥐는 과다 섭취 행동을 하게 되어 결과적으로 비만 현상을 보인다. 또 극단적인 경우에는 평소 체중의 2~3배가 되는 비만 현상이 발생한다.

 

다양성의 효과

다양한 종류의 음식을 제공할 때도 유기체의 과다 섭취 행동이 나타날 수 있다. 같은 음식을 계속 먹으면, 대부분의 사람은 점차 식욕이 감퇴하는 것을 느낄 것이다. 이러한 현상에 대한 임상적인 연구(Hashim & Van Italie, 1965)에 따르면, 비만인 사람이 병원에 장기간 입원해있을 때 계속적으로 동일한 종류의 식사를 제공받으면 체중이 줄어들게 된다. 쥐를 이용한 실험(Rolls, 1979)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한 집단의 쥐에게는 30분마다 네 가지 종류의 음식을 제공하고, 다른 집단의 쥐에게는 두 시간 동안 한 가지 종류의 음식을 제공한 결과, 첫 번째 집단에 속한 쥐가 두번째 집단에 속한 쥐보다 평균 30% 정도를 더 먹었다. 인간 역시 마찬가지로 한 가지 종류의 샌드위치보다 다양한 종류의 샌드위치를 제공했을 때 더 많이 먹는데, 음식의 모양도 이와 비슷한 결과를 낳는다. 즉, 같은 재료로 만든 음식도 모양을 달리하였을 때 더 많이 먹는다(Rolls, Rowe, & Rolls, 1982).
결론적으로 말하면, 맛이나 모양 등과 같은 음식의 속성이 변화할 때 유기체의 섭취 행동도 변화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어떤 측면에서는 유기체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 한 가지 종류의 음식을 충분히 먹었다고 해서 필요한 영양분을 골고루 섭취했다고는 볼 수 없다. 그러므로 한 가지 음식을 충분히 먹었더라도 다른 종류의 음식을 또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은 영양분을 고루 섭취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유기체가 살아가는 데 도움을 주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이 유기체에게 나쁜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즉, 맛있는 음식이나 다양한 종류의 음식은 필요 이상의 과다 섭취를 가져올 수 있어, 비만 등과 같은 좋지 못한 결과가 생길 수 있다.

 

비만과 외부 단서의 관계성

우리는 지금까지 욕구의 해소에 대해 살펴보면서, 섭취 행동과 관련하여 동질정체를 유지하는 데 유기체의 내부 상태와 외부 요인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그러나 외부 요인에 의한 섭취 행동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생리적 필요성에 의해 동기화된 행동이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동질정체를 파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샥터(Schachter, 1971)는 이러한 사실에 착안하여 비만에 대한 하나의 이론을 전개하였다. 이 이론을 간략하게 설명하면, 정상 체중을 가진 사람의 섭취 행동은 일반적으로 신체 내부 요인의 영향을 더 많이 받지만, 비만인 사람의 섭취 행동은 신체 외부 요인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는 것이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우리 사회에 범람하고 있는 광고물은 비만 현상에 기여하는 하나의 큰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샥터는 실험을 통해 이러한 가능성을 증명하고자 했다. 정상 체중을 가진 사람과 비만인 사람에게 배가 충분히 부를 만큼 음식을 먹도록 유도한 다음, 여러 종류의 크래커를 제공하였다. 그리고 크래커를 먹는 양에서 정상인과 비만인 간에 어떠한 차이를 보이는지를 관찰하였다. 그 결과가 [그림 4]에 나타나 있다.
그림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정상 체중을 가진 사람이 배가 부를 때 먹는 크래커의 양은 배가 고플 때의 양보다 줄어든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비만인 사람은 오히려 그 양이 늘어났다. 바꾸어 말하면, 비만인 사람은 신체 내부 요인보다는 신체 외부 요인(이 실험의 경우 크래커의 제시에 따른 시각적 효과)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고 할 수 있다. 샥터의 이러한 실험과 이론은 외부 단서에 대한 민감성이 인간의 비만을 설명해 주는 한 요인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해 준다.

 

[그림 4 - 비만과 외적 단서에 대한 민감성 실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