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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개론

심리학개론/망각 과정과 기억 왜곡

Inferno.1 2020. 12. 9. 23:54

기억 실패, 즉 망각의 원인을 설명하는 데에는 두 가지 관점이 있다. 하나는 경쟁하는 다른 정보 때문에 기억해야 할 정보를 잊어버리는 간섭(interference) 이론이고, 또 하나는 단순히 시간이 흘러가면서 기억 항목이 점차 사라지는 쇠잔(decay) 이론이다. 간섭을 측정하기 위한 과제 중 브라운-피터슨(Brown- Perterson) 과제의 경우, 피험자에게 3~4개의 기억 항목을 제시하고, 그가 기억 항목을 암송해야 하는 파지 간격(delay interval, 기억 항목 제시부터 검사까지 간격) 동안, 그에게 부가적 과제(방해 과제)를 추가적으로 실시하여 단기기의 저장을 방해한다. 예를 들어, 피험자가 T, F, K와 같은 알파벳 낱자를 암송하는 동안 숫자 300을 3씩 감산( 300, 297, 294, ………) 하는 과제를 실시하여 기억 항목의 저장을 방해한다. 이러한 방해 과제는 기억 항목의 회상률을 크게 떨어뜨리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예를 들어 세 글자 낱자가 기억 항목인 경우 파지 간격이 10여 초가 지나면 회상이 거의 불가능했다.

 

 

1) 간섭 모형

기억의 간섭 현상을 설명할 때, 간섭이 이루어지는 방향이 중요하다. 기억 항목의 제시 순간을 기점으로 해서 제시 이전에 학습한 정보가 기억 항목의 저장 및 회상을 방해하는지 아니면 기억 항목의 학습이 이전에 학습한 정보의 인출을 방해하는지의 여부 또한 매우 중요하다. 전자를 순행 간섭(proactive interference)이라고 하고, 후자를 역행 간섭(retroactive interference)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브라운 - 피터슨 과제의 경우, 숫자 감산 과제가 기억 항목인 알파벳 낱자의 저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므로 역행 간섭으로 볼 수 있다. 반대로, 낱자 수가 매우 많아지면 암기하는 과정에서 먼저 암기한 낱자들이 뒤에 암기해야 할 낱자들의 기억을 방해할 수 있는데, 이러한 간섭은 순행 간섭으로 볼 수 있다.

망각의 원인에 대한 연구는 브라운 - 피터슨 과제뿐 아니라 계열 위치 곡선(serial position curve)을 조사하는 방법도 사용한다. 계열 위치 곡선이란 목록 내 기억 항목의 위치에 따라, 즉 원래 제시한 순서에 따라 각 단어의 회상률을 나타낸 도표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임의의 열 단어를 순서대로 제시하고 피험자로 하여금 일정 시간 후 회상을 하도록 요구하면, [그림 2]에 예시된 바와 같이 맨 처음 제시한 몇 개의 단어가 상대적으로 더 잘 회상되는 초두 효과(primacy effect)와 맨 나중에 제시한 몇 단어가 더 잘 회상되는 최신 효과(recency effect)가 나타난다. 이와 같은 계열 위치 곡선의 특징은 간섭이론으로 잘 설명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기억 목록의 전반부(=초두)에 속한 단어들은 맨 처음 제시되는 단어들이므로 순행 간섭의 영향을 받지 않아 회상률이 높다. 그리고 회상을 요구받는 시점에 가장 가까운 지점인 목록의 후반부(= 최신)에 속한 단어들을 뒤따라 제시되는 단어들에 의한 역행 간섭의 영향을 받지 않아 회상률이 높다. 반면에 목록의 중간에 속한 단어들의 경우, 순행 및 역행 간섭의 영향을 동시에 받으므로 전 · 후반부 단어들에 비해 회상률이 상대적으로 저조하다. 초두와 최신 효과는 기억 항목의 특성에 관계없이 일관적이고 강력하게 나타난다. 흔히 기억 회상 과제에 추가적으로 방해 과제를 실시하고 이 두 효과의 유무를 조사함으로써 방해 과제에 의한 간섭 현상을 조사한다.

 

[그림 2 - 계열 위치 곡선]

 

2) 쇠잔 모형

간섭에 의한 망각 현상을 지지하는 증거들에 비해, 쇠잔에 의한 망각을 지지하는 증거는 매우 드물다. 이것은 쇠잔 모형이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실험적 검증 과정에서 피험자에게 암송을 완전히 배제한 채 파지를 요구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리트만(Reitman, 1971)은 비교적 어렵지 않은 기억 과제에 대한 추가적 방해 과제로서 지각적 수준의 음 탐지 과제를 실시함으로써, 기억 과제를 수행하는 피험자가 암송을 사용할 기회를 최소화시켰다. 그 결과, 약 15초 동안의 파지 간격 후 회상률이 25%나 감소하였는데, 그녀는 이를 쇠잔 현상의 증거로 제시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쇠잔 모형을 지지하는 증거들은 간섭 모형에 비해 상대적으로 빈약하여 현재로서는 그 입지가 매우 좁아져 있다.

 

 

3) 기억 왜곡

기억 실패에 대한 설명으로 망각 현상뿐만이 아니라 기억 왜곡 현상도 있다. 기억 왜곡의 특징 중 하나는 왜곡 현상이 무작위적이 아니라 체계적이며 구성적이라는 점이다. 예를 들어, 자신의 개인사에 관한 기억을 자전적 기억(autolbiographicall memory)이라 일컫는다. 자전적 기억에 대한 연구에 따르며, 사람들은 자신에 관한 기억에서 경험한 그대로를 기억하기보다는 자신이 이해하는 방식대로 그 내용을 재구성한다.

특히, 목격자 증언 (eye witness testimony)의 특징을 연구한 로프터스, 밀러와 번즈(Loftus, Miller, & Burns, 1978)는 사건 목격 직후 제시한 질문의 내용이 목격 당시 저장된 기억을 왜곡한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이들은 피험자들에게 정지 신호 직후 우회전하다 보행자를 치는 차량의 사고 장면을 슬라이드로 보여 준 직후 기억을 왜곡할 만한 질문을 하였다. 예를 들어, 피험자 중 절반에게는 '자동차가 정지 신호에서 멈춰 있을 때 다른 차가 지나갔나요? 라는 질문을 하였고, 나머지 피험자에게는 '정지'를 '양보'라는 단어로 바꾸어 질문하였다. 일정 시간이 지난 후, 피험자에게 과거에 본 슬라이드와 완벽하게 동일한 슬라이드와 ‘정지' 신호를 '양보' 신호로 바꾼 슬라이드 두 종류를 보여 주고, 이 중 과거에 본 사고 장면과 동일한 슬라이드를 골라내도록 요구했다. 놀랍게도 피험자 중 '양보'로 바뀐 질문을 받은 피험자는 '정지' 질문을 받은 피험자에 비해 34%나 더 '양보' 신호가 포함된 슬라이드를 골라내는 오류를 범했다. 이는 기억 저장 직후 처리된 정보의 특성이 저장된 기억의 회상을 왜곡할 수 있음을 보여 주는 예로, 여러 사건 사고 현장에서 목격자 증언의 신빙성에 대해 되돌아볼 중요한 기회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