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적 조건화(classiccal conditioning)는 흔히 반응 조건화(respondlent conditiconing) 혹은 파블로프 조건화(Pavlovian conditioning) 등의 다른 명칭으로도 불린다. 특히, 파블로프 조건화는 고전적 조건화가 최초로 파블로프(Pavlov)에 의해 체계적으로 연구되었다는 점에서 나온 명칭이다.
파블로프는 소화에 관한 연구에 관심을 가져, 개에게 고깃가루를 먹인 다음 타액의 분비 현상에 대해 관찰하였다. 파블로프는 개의 타액을 타액 분비선에 튜브를 연결시켜 측정하였는데, 갈은 고기를 줄 때마다 이와 연합된 자극에 대해서도 개가 타액을 분비한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즉, 개가 고기를 담은 그릇이나 고기를 준 실험 보조원, 심지어 실험 보조원의 발자국 소리 등에 대해서도 타액을 분비하게 된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사실 처음에 파블로프는 이러한 현상 때문에 매우 난처해했다고 한다. 왜냐하면 이 실험의 실제 목적은 소화에 관한 것이었는데, 이러한 현상 때문에 개의 타액 분비를 제대로 통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곧 파블로프는 원래 목적하던 소화에 관한 연구보다 이와 같은 현상에 더 많은 관심과 흥미를 가지게 되어, 이후 고전적 조건화 현상을 연구하는 데 평생을 바쳤다.
고전적 조건화에서는 처음에 어떠한 기능도 하지 않던 자극이 특정 반응을 유출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 된다. 어떻게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게 되는지 살펴보자.
1) 조건 반응의 형성
고전적 조건화를 시도하기 위해서는 먼저 반사반응(reflexive response)을 유발시키는 자극을 찾아야 한다. 이러한 자극을 무조건 자극(unconditioned stimulus: UCS)이라 하며, 이 자극에 의해 자동적으로 유발되는 반응을 무조건 반응(unconditioned response: UCR)이라 한다. 예를 들어, 파블로프의 실험에서 고깃가루는 타액 분비를 일으키는 무조건 자극이며, 이 자극에 의한 타액 분비는 무조건 반응이다.
고전적 조건화를 형성하기 위한 다음 단계는 무조건 자극과 중립 자극(neutral stimulus: NS, 원래는 무조건 반응을 일으키지 않는 자극)을 서로 연합시키는 과정이다. 이 같은 연합 과정을 여러 차례 반복하게 되면 중립 자극은 결국 무조건 자극이 없어도 반응을 유발시킬 수 있게 되다. 이런게 중립 자극이 그 자체만으로도 반응을 유발시킬 수 있게 될 때, 이 중립 자극을 조건 자극(conditioned stimulus: CS)이라 하며 이 자극에 의해 유발되는 반응을 조건 반응(conditioned response: CR)이라 한다. 파블로프의 실험에서 중립 자극으로는 종소리가 사용되었다. 중립 자극과 무조건 자극을 여러 차례 짝지어 제시한 후, 중립 자극인 종소리는 그 자체로서 타액 분비를 일으킬 수 있는 조건 자극(CS)이 되었다. 이 조건 자극에 의한 타액 분비가 조건 반응(CR)이다. 고전적 조건화를 형성하는 과정에서 무조건 자극과 중립 자극을 짝짓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으며, 고전적 조건화의 효율성은 이러한 방법에 따라 많은 영향을 받는다.
지연 조건화(delayed conditioning) 과정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하나는 중립 자극을 먼저 제시하여 일정 시간을 유지한 후 제거함과 동시에 무조건 자극을 제시하는 방법이며, 또 한 가지 방법은 중립 자극을 제시하고 있는 중에 무조건 자극을 제시함으로써 두 자극을 동시에 제시하여 일정 시간이 지난 후 동시에 제거하는 방법이다. 이 두 가지 방법은 조건 반응을 유발하는데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흔적 조건화(tracing conditioning)는 중립 자극의 철회와 무조건 자극의 제시 사이에 어느 정도의 시간 간격이 있는 것을 말한다. 이 방법 또한 조건 반응을 유발하는 데 효과적인 방법으로 알려져 있으나, 시간 간격이 짧은 경우에만 효과적이라고 할 수 있다.
동시 조건화(simultaneous conditioning)에서는 중립 자극과 무조건 자극을 동시에 제시하였다가 동시에 제거하는 것이다.
2) 고차적 조건화
어떤 중립 자극이 고전적 조건화 과정을 통해 조건 자극이 되었을 때, 이 조건 자극을 또 다른 중립 자극과 반복적으로 연합하면, 그 중립 자극도 조건 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또 하나의 조건 자극이 될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을 이차적 조건화(second-order conditioning)라고 하며, 이차적 조건화 이상의 조건화를 총칭하여 고차적 조건화(higher-order conditioning)라고 한다. 파블로프의 실험에서 개는 조건 자극인 종소리에 조건 반응인 타액 분비를 일으키도록 조건화되었다. 여기서 만약 또 다른 중립 자극으로서 빨간 불빛을 종소리와 반복적으로 연합시키면, 그 불빛도 결국 타액 분비를 일으킬 수 있게 된다. 이것을 이차적 조건화라고 하고, 이 과정을 반복하면, 즉 빨간 불빛을 또다른 중립 자극(예를 들어, 푸른 불빛)과 연합시키면 개념적으로는 삼차적 조건화도 가능하다. 그러나 이는 거의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삼차적 조건화에는 이미 소거 과정이 포함되기 때문이다. 소거에 대해서는 다음에 살펴볼 것이다.
3) 소개와 자발적 회복
일단 고전적 조건화가 형성되었다고 하더라도 조건 자극이 조건 반응을 무한정 유발시킬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시 말하면, 조건 자극이 조건 반응을 계속적으로 유발할 수 있으려면 가끔씩이라도 조건 자극과 무조건 자극이 연합되어야 한다. 만약, 조건화가 형성된 후 무조건 자극이 전혀 제시되지 않고 조건 자극만 계속 제시되면, 그 효과가 점점 떨어지게 되어 결국 조건 반응을 유발하지 못하게 된다. 이와 같이 무조건 자극이 조건 자극과 연합되지 않음으로써 조건 자극이 조건 반응을 일으키지 못하는 현상을 소거(extinction)라고 한다. 예를 들어, 파블로프의 실험에서 종소리를 울려 주고 난 후 음식을 전혀 주지 않게 되면 종소리는 결국 타액 분비를 일으키지 못하게 된다. 그러나 보우턴과 스바르첸트루버(Bouton & Swartzentruber, 1991)에 의하면, 소거는 조건 반응을 단지 억제시킨 것일 뿐 완전히 제거한 것은 아니다. 조건 자극이 소거 과정을 통하여 일단 능력을 상실한 것처럼 보이더라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후 조건 자극을 제시하면 다시 조건 반응을 일으키게 된다. 이러한 현상을 자발적 회복(spontaneous recovery)이라고 부른다.
4) 자극 일반화와 변별
일단 어떤 자극이 조건 자극으로 형성되고 나면, 무조건 자극과 연합된 적은 없지만 이 자극과 유사한 다른 자극들도 조건 반응을 유발시킬 수 있는데, 이를 자극 일반화(stimulus generalization)라고 한다. 예를 들어, 어린아이가 벌에 쏘인 경험이 있다고 하자. 그러면 벌에 쏘인 것은 무조건 자극이라고 할 수 있다. 벌에 쏘여 그 고통 때문에 어린아이가 울게 되는 반응이나 혹은 이와 관련되어 생기는 생리적 반응이 바로 무조건 자극에 대한 무조건 반응이다. 그렇다면 벌이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특징(크기, 모양, 색깔, 움직임, 소리) 들이 무조건 자극과 연합되어 있다고 볼 수 있고, 이러한 특징들이 조건 자극으로서 작용할 수 있다. 그래서 벌을 보게 되면 아이는 벌에 쏘였을 때와 유사한 반응을 하게 된다. 또한 설사 벌이 아니더라도 벌과 비슷한 특징을 가진 벌레를 보게 되면 벌을 보았을 때와 비슷한 반응을 보이게 된다. 이것이 바로 자극 일반화 현상의 전형적인 예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속담 역시 자극 일반화를 설명하는 하나의 예다. 이러한 자극 일반화는 자극 일반화를 일으키는 자극과 본래 조건 자극 간의 유사성에 따라 그 정도가 달라진다. 일반적으로 자극이 조건 자극과 유사하면 할수록 일반화는 더 쉽게 일어난다.
변별(discrimination)이란 자극 일반화와 정반대 현상이다. 바꾸어 말하면, 자극 일반화 현상은 변별 과정을 통하여 없어질 수도 있다. 앞의 예에서 어린 아이는 성장하면서 벌이 아닌 다른 벌레도 계속적으로 접할 기회를 갖게 되고, 그런 기회를 통하여 벌이 아닌 다른 벌레들에 대해서는 아무런 고통을 느끼지 않게 된다. 동시에 벌에 대해서는 가끔씩 다시 쏘여 고통을 겪는 경험을 되풀이한다면 벌과 그 외의 벌레에 대한 아이의 반응에는 서로 차이가 나게된다. 즉, 벌에 대해서는 고통과 관련된 다양한 생리적 반응을 보이지만, 다른 벌레에 대해서는 그러한 반응을 보이지 않게 된다. 이러한 현상을 변별이라고 한다.
5) 실생활에서의 고전적 조건화 현상과 그 적용
고전적 조건화는 우리에게 어떤 중요성을 지니고 있는가? 만약, 고전적 조건화를 단순히 타액 분비 혹은 몇몇 전문적인 용어로만 생각한다면 별로 중요할 것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우리가 실제로 살아가는 데 고전적 조건화는 많은 중요성을 가지고 있다. 이를테면, 고전적 조건화를 통하여 우리는 인간의 정서나 감정뿐만 아니라 공포증의 형성을 설명할 수 있고, 미각혐오학습 등의 다양한 현상에 대한 설명도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가능하다.
예를 들어, 학교에 가기 싫어하는 아동들의 경우 학교에 대한 부정적 느낌이 고전적 조건화를 통해 형성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어떤 아동이 학교에서 선생님에게 반복적으로 야단을 맞는다거나 심하게는 매를 맞는다고 가정해보자. 그렇다면 선생님의 야단이나 매는 불쾌한 정서를 유발하는 무조건 자극이라고 할 수 있고, 이 무조건 자극은 학교가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특징과 연합하게 된다. 그래서 학교의 분위기, 교실, 선생님의 얼굴, 심지어 친구들의 모습 등이 불쾌한 정서를 만드는 무조건 자극과 연합하여 조건 자극의 역할을 하게 된다. 따라서 이러한 특징만으로도 아동은 불쾌한 감정을 겪게 되어 결과적으로 학교에 가는 것을 싫어할 수 있다.
미각혐오학습(taste aversion learning)은 단순한 조건 반사 이상의 특징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미있는 고전적 조건화의 한 예가 된다. 미각혐오학습은 1950년대에 가르시아와 그의 동료(Garcia et al., 1956)들이 처음 발견하였다. 이들은 쥐에게 사카린 맛이 나는 물을 마시게 한 후 구역질을 일으키는 감마선에 노출시켰다. 감마선에 노출되기 전에는 쥐들이 일반 물보다 사카린 물을 더 선호하였으나, 사카린 물을 마시고 나서 감마선에 노출된 이후에는 사카린 물보다 일반 물을 더 선호하였다. 즉, 사카린 물이 구역질을 일으키는 감마선과 단 한 번 연합됨으로써, 쥐들은 사카린 물을 회피하는 현상을 보였다.
이러한 미각혐오학습은 쥐뿐만 아니라 다른 동물에서도 관찰되고 있으며, 인간에게도 나타나는 일반적인 현상이다. 아마 당신도 어떤 특정 음식을 먹고 소화불량 혹은 또 다른 이유로 구역질을 한 경험이 있다면, 그 음식을 쳐다보기도 싫거나 심지어 생각조차 하기 싫을 것이다. 또 미각혐오학습과 유사한 현상이 방사선치료나 화학요법을 사용하는 암 환자들에게도 나타난다. 문제는 환자들이 치료를 받는 병원에 오게 되면 구역질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고전적 조건화에 의한 것이다. 즉, 병원이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특징이 일련의 자극이 되고, 이러한 자극이 구역질을 유발하는 치료와 일관성 있게 연합됨으로써 고전적 조건화를 통하여 조건 자극이 되며 이 자극들이 조건 반응인 구역질을 유발하게 되는 것이다.